제주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핑퐁게임만 되풀이하던 행정시장 직선제안이 결국 주민투표 없이 정부에 올라간다.

행정시장 직선제안이 주민투표 없이 국무조정실의 제주도지원위원회에 상정된다.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절반의 완성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제도개선안이 다뤄지게 된 셈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가지면서 이처럼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2월 직선제안이 제주도의회에서 가결되면서 제주도가 이 안을 국무조정실의 제주트결자치도지원위원회(이하 제주도지원위)에 넘겼다"며 "주민투표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월 27일 제369회 임시회에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인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동의안'을 재석 41명 중 찬성 31명, 반대 9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후 정부에서는 동의안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최소조건으로 제주도가 그냥 국무조정실에 상정해도 되지만, 더욱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권장사항으로 주민투표를 중요한 키워드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와 도의회 모두 주민투표에 앞장서기 꺼리면서 무려 3개월 넘게 이 사안을 끌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2월 의결 이후 도의회는 원 지사에게 "주민투표 여부를 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하자, 원 지사는 "도의회와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라면서 공을 다시금 도의회에게 넘겼다. 이에 도의회는 지난 5월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도의회는 동의안 의결로 할 일을 다 했다"며 "주민투표 여부는 도정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기관 모두 주민투표를 꺼리는 이유는 투표율에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대상으로 투표를 할 경우 법정 최소 투표율인 주민투표권자의 33.3%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주민투표의 어려움은 지난 과거의 역사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제주에서 마지막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주민투표는 2005년에 열린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주민투표였다. 당시 투표율이 36.7%로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면서 지금의 행정시장 체제를 꾸릴 수 있었다.

반면, 2009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의 주민소환을 위한 주민투표가 11%라는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면서 무산된 바 있다. 아무리 지역에서 큰 이슈라고 하더라도 투표율을 끌어내기 어려운 셈이다.

제주도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주민투표는 참여율 33.3%을 넘기기가 무척 어렵다.(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또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지난 2011년 오영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찬반을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 큰 이슈몰이를 했었다. 하지만 결국 25.7%에 그치면서 오 시장은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도 무산될 경우 도의회나 도정 누군가는 옷을 벗어야 할 정도의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사안이다. 도정과 도의회 모두 감당하고 싶지 않은 카드인 셈이다.

원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의회가 투표를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기 때문에 동의를 묻는 절차 자체가 의미없다고 본다. 법안을 그대로 제주도지원위에 이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발언한 내용도 두 기관의 고민이 함축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제주도의 행정시장 직선제의 공은 문재인 정부에게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도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등 제주특별자치도의 제도 개선을 공약한 바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제도개선안은 결국 중앙정부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