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숲 속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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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숲 속의 요정
  • 고은희 기자
  • 승인 2019.06.09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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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상록수와 낙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 숲바다를 이루고

고살리로 들어가는 들머리에는

두 개의 커다란 돌이 대문같이 서 있다.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고

땅에서 올라오는 흙 냄새와 새들의 고운 소리

봄에 떨어진 퇴색된 갈색 낙엽과 초록 향기로 숲을 채워간다.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루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한다.

그늘진 숲 속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먼발치에서도 금빛옷을 입은 새색시 '금난초'가 눈에 들어온다.

금빛 고운 새색시 '금난초'

어두운 숲 속은 금난초의 향연이 펼쳐진다.

중산간의 숲 속에 자생하는 금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양지와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다른 꽃들처럼 활짝 벌어지지 않고 반 정도만 개화하는데

수줍은 새색시처럼 반쯤 벌어진 모습이 도도하게 보인다.

삼각형 모양의 꽃잎은 3갈래로 갈라지고 암꽃을 감싸준다.

금빛이 나는 선명한 노란색 꽃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 '금난초'

고운 자태와 은은한 향기는 이름 만큼이나 아름답다.

한라산 남쪽의 첫 마을 하례리

학림교를 지나는 천을 따라 원시적 수림과 계곡이 잘 발달되어

많은 비가 내릴 때는 물이 넘치는 계곡으로 이뤄져 있지만

오랜 가뭄으로 계곡의 물은 바짝 말라 계곡의 아침은 아쉬운 쉼표를 남긴다.

부엽질이 많이 쌓여 있는 계곡 주위에는

작은 종처럼 아래를 향해 달린 매화꽃을 닮은 '매화노루발'

깔대기 모양의 하얀 꽃과 무시무시한 가시로 호랑이도 찌른다는 '호자나무'

검은색을 띤 씨방 터진 모습의 '무엽란'은 흔적을 남겼다.

건천이기는 하지만 사시사철 물이 고여 있는 '속괴'

토속신앙이 빈번하게 행하여 지는 곳으로

우천시에는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폭포 위쪽으로 소나무 한 그루

비바람과 엄청난 냇물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은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지금쯤 보여야 할 부생식물 '나도수정초'

그 자리엔 텅 빈 새집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식물이다.

백마의 머리를 닮은 '나도수정초'가 눈에 들어온다.

백마의 머리를 닮은 '나도수정초'

하얗게 피어나는 모습이 수정을 닮았을까?

'하얀 수정처럼 빛난다'하여 '나도수정초'라 불린다.

숲속의 요정들은 투명한 종이인형처럼 속살이 보일 듯 하다.

나도수정초는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부생식물이다.

비늘모양의 빽빽한 어긋난 퇴화된 잎과 줄기는 기둥모양으로 곧추 서고

다 자란 길이는 10~15cm 정도이다.

5~6월 흰색의 꽃은 줄기 끝에 종모양으로 밑을 향해 달리고 

청색의 암술과 열매는 머리를 숙이고 땅을 향한다.

하얀 얼굴 속에 숨겨 있는 파란눈을 가진 외눈박이 외계인일까?

백수정을 닮은 고개를 숙인 모습이 '백마의 머리'를 닮았다.

 

고운 모습을 보여주던 '은난초'의 흔적을 찾아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본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진 숲  

뿌리는 공기 중에 드러나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달린 담황색 꽃이

다소곳이 피어 있는 귀하디 귀한 '비자란'을 만났다.

비자란은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착생란이다.

비자나무 둥 상록수림의 나무에 착생하여 자라는 '비자란'은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노거수 아래 반그늘진 곳에는

은빛 꽃이 피는 순백의 수수한 '은난초'

원줄기 끝에 이삭 모양으로 꽃잎을 오므린 채 마중나왔다.

은난초의 꽃은 3~10개가 줄기 끝에 이삭 모양으로 달리는데

금난초와 달리 꽃잎이 벌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숲을 빠져나오니

햇살 좋은 곳에 무더기로 핀 '자란'

꽃줄기 끝에 달린 홍자색 꽃이 화려하면서도 아름답다.

새우란, 금난초, 은난초, 자란, 타래난초 등

야생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상하면서 수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귀한 대접을 받는다.

푸르름이 번지는 오월의 숲...

봄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하늘을 물들인 초록 햇살은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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