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씀’이 정쟁거리가 되고 있다. “말씀의 형식은 부드럽지만 내용에는 가시가 숨어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한 마디로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도 그러하다.

6일 국립 서울 현충원에서 거행됐던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다.

대통령은 이날 느닷없이 북한의 김원봉(1898~1958)을 불러냈다.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고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김원봉이 누구인가. 북의 ‘6.25 남침 전쟁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북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냈다.

이로 인해 김일성 정권의 훈장까지 받았다. 북이 말하는 ‘조국해방전쟁’에서 공훈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북의 6.25남침 전쟁으로 희생된 순국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에서 ‘6.25 남침 전쟁의 주역’의 공을 기린 것이다.

대통령 추념사 연단 뒤쪽으로는 11만명의 무명용사 등을 포함하여 17만9000명의 장병과 순국선열이 잠들어 있다.

북의 6.25남침 전쟁에 나라를 지키려다 희생된 전사자들이다.

현충원은 이들의 충렬(忠烈)을 기리고 넋을 위령하는 엄숙하고 숭고한 애국 묘역이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김원봉에 대한 헌사(獻辭)는 때와 장소를 거슬렀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논리도 황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김의 독립운동 공적에 대해 일정부분 긍정한다‘고 해도 6.25 남침전쟁의 전몰자를 기리는 현충일, 현충원에서 6.25 남침 전쟁 주역 중 한 사람을 기리는 대통령의 언사는 매우 부적절했다.

더욱이 대통령 추념사에는 ‘북한’이나 ‘6.25 전쟁’이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당연히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꼬리를 내리는 비겁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도자의 말은 같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향기와 품격이 달라 진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은 천금처럼 무겁고 신중해야 하고 격조와 논리를 겸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요 국가 행사에서 문대통령의 언어에는 편 가르기와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못된 속살을 품고 있다는 말이 나 돈지가 오래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는 엉뚱하게도 “빨갱이란 말이 친일 잔재”라면서 청산하자고 했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빨갱이’ 말을 하면 ‘친일’이라고 낙인찍으며 편을 가르는 것으로 들을 수 있다.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속어다.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는 것이 어찌 친일인가? 논리의 비약이 저급하다.

이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독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사에선 뜬금없이 ‘독재자의 후예’란 말을 끼워 넣어 야권의 반발을 샀다. 5.18을 비판하면 ‘독재자의 후예’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버리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 역시 양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구조다.

지도자의 말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 그대로 표출되는 것이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선출된 독재자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문대통령의 언행과 국가 경영방식이 ‘선출된 독재자’의 틀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미(美) 하버드대(大) 교수이자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엘 지블렛(Daniel ziblatt) 두 사람이 ‘선출된 독재자를 판별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내놨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가 표제다.

두 사람이 2016년 뉴욕타임스에 썼던 공동 칼럼을 모아 엮은 책이다. 한국에는 2018년 10. 2일 번역 발매됐다. 역자는 박세영.

두 저자는 자신들이 파악한 패턴 속에서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들을 찾아냈다.

책에서는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 관용이나 자제와 같은 규범”이라고 했다. 규범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함께 허물어진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두 저자는 선출된 독재자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중 하나만 해당되어도 독재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첫째, ‘말과 행동으로 헌법을 위반할 뜻을 드러내거나, 선거 불복 등을 언급한 적이 있는가?’.

둘째, ‘정치 경쟁자를 적으로 몰아세우고, 헌법질서의 파괴자라고 비난한 적이 있는가?’.

셋째, ‘자국 내 폭력을 용인하거나 다른 나라의 폭력을 칭찬하거나 또는 적어도 다른 나라의 폭력을 비난하기를 거부한 적이 있는가?’.

넷째, ‘상대 정당, 시민단체,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이 ‘선출된 독재자 판별의 기준‘은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와 오버랩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입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선출된 독재자’의 반열에 낄 공산이 크다.

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건국을 부인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반 헌법적이다.

문대통령은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었다.

혁명에 의한 정권 찬탈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니었던가.

‘선출된 독재자 기준’의 첫째 사항에 부합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권을 ‘적폐세력’으로 낙인찍었다.

‘적폐 청산‘을 한다면서 선동에 의해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하고 전 정부 주요인사 수 십 명도 구속했다.

‘선출된 독재자 기준‘ 두 번째 항에 들어맞는다.

고모부를 무자비하게 고사포로 처형하고 이복형까지 독살한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을 비판하지도 못하고 북한 인권 유린에 침묵하고 있다면 어떤가?.

경찰에 폭력을 가해 상처를 입히고 국회의사당 담장을 무너뜨리는 민주노총의 불법 폭력을 눈감거나 용인한다면, 이것도 ‘선출된 독재자’의 세 번째 기준에 속할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야당의원들의 폭로나 공익제보자의 제보에 협박과 선동으로 탄압하고 유튜브 등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했다면, 이는 표현과 양심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겁박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의 최 측근이 연루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1심 판결 판사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보복성 인사를 자행했다면, ‘선출된 독재자’ 네 번째 기준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기관 등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언론과 민간 영역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정치 게임의 규칙도 바꿔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고 했다.두 저자의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다.

마치 연동형 선거법 개정 등과 관련한 패스트 트랙 시태를 겨냥하는 듯 했다.

그러기에 ‘미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적 행보‘에 대한 정치학자의 분석이었지만 문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정치적 처신과 관련해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의 석학(碩學) 기 소르망 전 파리 정치대학 교수가 한국의 대통령을 ‘선출된 독재자’로 표현 했었다.

지난해 7월 국회가 주최했던 ‘제헌 70주년 기념 국제 학술 대회’ 주제발표를 통해서다.

“한국은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으므로 선출된 독재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은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문대통령은 ‘선출된 독재자인가?’. 판단은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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