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KBS제주에서 진행된 제2공항 관련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김재훈 기자)

12일 저녁 KBS제주에서 제주 제2공항 TV토론회가 개최됐다.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 중 찬반 양측 각 2명이 패널로 참석해 격론을 펼쳤다. 믿으라고 하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전문가라는 입장을 줄기차게 내세운 국토부 측 인사의 발언이 그러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했다. 그의 말을 옮긴다.

“우리나라 공항은 국가가 지어주고 운영해준다. 그래서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하나의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대전제로 내세운 허 교수는 토론회 내내 제2공항에 대한 의혹 제기에 반감을 드러냈다.

국가가 제주도민을 긍휼히 여겨 공항을 선사해줬으니 공항을 지어주겠다는 국토부를 믿고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321페이지에 불과한, 그래서 도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전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에 이의 제기하지 말고 성경처럼 받들라는 말로 들린다. 뿐만 아니라 허 교수는 공항 입지 평가 등이 전문가들의 영역임을 강조하며 시민사회의 검토와 문제제기에 대한 불만을 수 차례 표현하기도 했다.

허희영 교수(왼쪽)와 박찬식 박사(사진=KBS제주 화면 갈무리)

하지만 국토부를 무작정 믿는 게 가능한 일일까.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시화호 담수화계획,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국토부 아닌가. 이명박 정부 당시 수질 감시 로봇물고기도 떠오른다. 국토부와 ‘전문가’를 믿으라는 허 교수의 말을 무작정 따를 만큼 제주도민들이 어리석지는 않다.

당장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와 비교해보더라도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보고서는 믿음을 가지기 어렵다. 787페이지에 달하는 영남권신공항 사타 최종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제2공항 사타 최종보고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앙’따윈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 제2공항 사타 최종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안개일수 데이터, 최적화 과정, 평가방법론들이 빼곡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문을 갖기 전에 모두 데이터를 제시하고 설명하고 있다. 허 교수는 국토부와 전문가들이 투명하게 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제2공항의 입지 선정 절차는 국민들이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보고서조차 엉망인 것이다.

제2공항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타 최종보고서가 정보들을 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권리를 빼앗긴 시민들이 그 누락된 정보들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ADPi보고서를 제주도민들이 구경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이 나눠 읽은 것으로 끝났을 일이다. 공항건설이 전문가들만의 놀음인가.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내던진 허 교수의 발언은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비아냥으로 들린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영남권신공항 사타 최종보고서와 그 반쪽 분량의 제2공항 사타 최종보고서. 그 둘을 펼쳐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충실한 보고서인지, 어느쪽이 더 전문적인지 ‘전문가’가 아닌 초등학생도 답할 수 있다. 적어도 관련 전문가라면 제2공항 사타 최종보고서를 갖고 의혹을 제기하지 말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허 교수의 발언에 대한 박찬식 박사의 일갈로 대신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는데 (허 교수의 말이) 그 모양이다."

국토부가 제주도민의 입을 벌리고 욱여넣는 제2공항을 무조건 삼키라고? 제주도민에게는 제2공항이 약인지 양잿물인지 면밀히 따지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