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이야기] 문희상 의장의 사과 발언과 하토야마 전 수상의 반짝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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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문희상 의장의 사과 발언과 하토야마 전 수상의 반짝 업적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6.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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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공감한다.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5월 13일 하토야마 일본 전 수상들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한일관계 야야기 중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하토야마 전 수상에게 한 사과 발언이다.

정계를 은퇴하고 자유분방하게 한국과 중국 등을 방문하면서 일본을 날카롭게 비판하여 일본 초보수파로부터 매국노라고 불리우는 하토야마 전 수상에게 말했다니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전쟁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고령의 위안부 손을 잡고 '정말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이게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문희상 의장의 발언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관계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일본 정계만이 아니고 일본 국민 절대 다수가 이 발언에 강한 반발을 했다. 재일동포 사회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고노 외무대신만이 아니고 아베 수상까지 문희상 의장에게 발언 철회와 사죄를 강하게 계속 요구했었지만 문 의장은 사과할 요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렇게 일본 정계와 많은 일본인들이 사과 요구를 했었지만 끔적도 하지 않았던 문 의장이었다.

하토야마 전 수상은 자신의 저서 '탈대일본주의' 출판기념회 행사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문 의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발언을) 납득할 수 있겠지만 일본인들은 천황까지 거론한 것은 실례라고 할 수 있는 문제"라는 발언에 대한 문 의장의 사과 답변이 나왔다.

일본 NHK TV는 13일 아침 7시 뉴스에서 이 뉴스를 문 의장과 하토야마 전 수상의 영상까지 깃들여 보도했으며, 요미우리신문은 동일 조간에 3단 기사로 보도했고 마이니치신문은 14일 석간에 보도했다. 필자는 요미우리와 마이니치신문만 구독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다른 신문도 일제히 보도했을 것이다.

사죄의 진정성에 무게를 두고 진정한 사죄를 다시 일본 수상에게 요구하고, 더 나아가서 천황 사죄까지 요구한 것은 하토야마 전 수상처럼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정치가들의 의무인데 국회의장까지 직설적으로 강한 사죄 요구를 했으니 역사인식 문제가 더욱 꼬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천황에 대해서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다른 외국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상상을 초월한 숭배사상을 갖고 있다. 세습 제도 속에서 기원 전, 6백년부터 이어져 왔다는 천황제도에 긍지를 갖고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라는 보편적 민주주의 사상 속에서도 천황만은 '평등하다'라는 개념을 초월하여 떠받들고 있다.

권력과 강제성을 띈 주종 관계의 굴종의 요구가 아니고 유구한 역사 속에 천황에 대한 외경심이 일본인 특유의 본질적인 DNA가 형성되지 않았나 하고 느껴질 정도이다. 자연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지진과 태풍, 수해 등으로 수 많은 인명 피해를 입어도 몸부림 치며 통곡하는 일본인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이것 역시 독특한 일본의 DNA일지 모른다.

외국의 똑 같은 황실 이야기가 일본에 보도될 때는 다른 뉴스와 다름없이 언어면에서도 최대의 존칭어 없이 내보낸다. 스캔들 보도 때는 야유와 조롱의 코멘트까지 보도되지만 자국(일본)의 황실에 대해서는 어림없는 행위이다. 존칭어는 북한의 최고 존엄 못지 않은 언어가 구사되며 스캔들 보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천황에게 살아 있는 권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상징적인 국가 원수로서 정치에 관해서는 일절 개입할 수 없다고 헌법으로 명기되 있다. 그러나 이 상징성이 갖고 있는 힘은 엄청나다. 이 상징성의 구심력속에 일본 국민들은 보수 세력만이 아니고 천황제 폐지를 주장했던 공산당까지 귀속돼 있다.

천황에 대한 일본 독특한 국민적 정서를 이해하지 않고 아니면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천황을 정치 현실 세계에 끌어드린다는 것은 일본인들에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리이고 이해 불가능하다. 이것을 헤아리는 것도 국가간의 중요한 외교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과 발언'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더욱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독립운동가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 역시 같은 맥락 속에서 일본의 강한 비판과 발언 취소와 사죄 요구가 있었다.

그 사이 아베 수상의 끈질긴 사죄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거부하던 문 의장이, 정계를 은퇴하고 일본의 역대 수상 중에 가장 인기 없고 영향력이 없는 하토야마 전 수상에게 사과했다니 일본 정계에서는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희극적인 아이러니이다.

이것은 그 동안 일본 정치가와 국민들에게 비난만 받아왔던 하토야마 전 수상의 반짝 빛나는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극도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문 의장의 사과 발언은 방일을 목전에 앞둔 문 대통령에게는 찢어지게 극심한 가뭄 속에 내린 한줄기 소나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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