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이중근 논설위원의 칼럼, ‘제주2공항 반대론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사진=경향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쓴 칼럼 ‘제주2공항 반대론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논란이다. 논리가 해괴하기 때문이다. 진보적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향신문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칼럼의 첫 문단은 현 제주국제공항에 대한 인상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택한 것이 설연휴의 번잡한 공항 풍경이다. 365일 중 설연휴를 특정한 것은 아마 제주가 고향이라 밝힌 필자가 명절이 아니면 제주를 좀처럼 방문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가장 특수한 사례를 들어 상황을 과장하려 하고 있거나. 365일 내내 제주공항이 설연휴 만큼 붐비지는 않는다. 고속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면서 그 예로 설연휴 고속도로 풍경을 든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이 논설위원이 명절이 아닐 때에도 제주를 자주 찾는다면 이처럼 칼럼의 첫 문단을 오류로 장식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두 번째 문단에서 이 논설위원이 보여주는 공군기지 문제에 대한 시각은 그간 경향신문이 국가권력을 바라보는 자세가 이렇게나 나이브했던가 돌이켜보게 될 정도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협의되지 않은 안이라고 확인해 넘어갔지만, 반대론자들은 틈만 나면 이 문제를 거론한다.” 확인해 넘어가면 국가권력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이 정당하다고 몇 번이나 확인해주었던가.

바로 이어지는 문장은 더욱 고약하다. “(제2공항 반대 주민 측이)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해소되면 곧이어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상대방의 설명이 타당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태도가 아니다.” ‘해소된 의문’이 대체 무엇인가. 또 의문이 해소되었다고 말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이 논설위원 자신인가? 이처럼 국가권력에 치우쳐 글을 쓰는 태도를 (논리적 근거를 통해 사안을 다루는) ‘논설위원’의 태도라 할 수 있을까. 이 정도는 애교다. 다음 문단은 좀 더 충격적이다.

“최근 주변에서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진 탓이다. 새로 공항을 지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도 맞지 않는다. 2017년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아도 제주 관광객은 큰 변동이 없다. 국내 관광객들이 그 공백을 메운 덕분이다. 결국 미래의 항공 수요자가 외국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공항건설을 막아 해결하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첫 문장 빼고는 읽을 필요가 없다.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제2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도민이 많아졌다는 진단. 오진이다. 이런 진단으로는 현 제주의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처방을 기대할 수 없다. 제2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도민들이 늘어난 것은 개발붐과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삶의 질이 총체적으로 나빠졌다는 사실을 체감하하며 현 상황에서 제2공항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렵기 때문이다. 급속한 개발로 인한 부작용은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논설을 쓰기 전에 부디 제주 뉴스들을 챙겨보길 권한다.

이어 이 논설위원은 “제주 난개발의 주범은 신공항이 아니라 주민들의 개발 욕망”이라고 선언했다. “주민들이 개발 이익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방치하면서 신공항을 막으면 제주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며 “관광으로 먹고사는 제주도민들이 새 관문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 난개발의 주범은 ‘주민들의 개발 욕망’이 아니라 ‘자본의 욕망’이며, 그 욕망이 마음껏 날뛸 수 있도록 만든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다. 제주 주민들은 예래동휴양형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녹지국제병원, 대명동물테마파크,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등을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자본의 욕망과 싸우고 있는 이들이 제2공항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개발 이익을 위해 자연 훼손을 방치한다고? 믿을 수 없는 표현이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제주도민들이 새 관문에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는 제주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제주관광의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우려가 따르기 때문이다. 올레길이 상징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농어촌의 돌담과 밭,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는 올레길 풍경은 리조트와 쭉쭉 뻗은 아스팔트도로로 대체되고 있다. 제2공항이 건설되면 주변 2개의 제주올레 코스를 변경해야 한다. 올레꾼들은 제2공항 배후 신도시를 걷게 될 것이다. 제2공항 인근 지역의 땅값이 오르면 농민들은 세금을 감당하며 농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계속해서 뒤로 밀려날 농촌 풍경, 올레길 풍경이 어떻게 변할지 짐작할 수 없다.

이 논설위원은 “반대론자들은 열린 자세로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한 후 찬반을 결정해야 한다.”지만 그것은 제주도와 국토부에 해야 할 말이다. 국토부는 부실한 사타 보고서로 인해 침해당한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료를 충실하게 오픈해야 했다. 그것이 현 갈등의 씨앗이 됐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사타 보고서를 ADPi의 영남권 신공항 사타보고서 수준으로 재작성하도록 용역진에 지시해야 한다. 열린 자세로! 그리고 무엇보다 ‘반대론자’들은 도민공론조사 즉, 제주의 공항 건설을 도민들에게 묻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보다 더 '열린 자세'가 더 있을까. 그 열린 자세에 대한 정부의 답은 무엇인가.

이 논설위원은 “침묵하는 사람들은 반대론자들 편이 아니다. 이게 지난 10년간 관찰해온 결론”이라고 말하지만 잘못된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10년이 아닌, 50년을 관찰한다 한들 잘못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필자가 2015년 제2공항 입지 선정 이후 (설연휴만이 아니라) 제주에서 직접 발로 뛰며 듣고 관찰해온 결론은 이렇다. 침묵하는 도민들도 제주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