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한 명의 부자보다 백 명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꿈꾸는’ 나의 아름다운 이웃, 제민신협이 있다.

1975년 9월 조합원 37명, 출자금 1,124,000원의 제민신용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제민신협은 이제 21,427명의 조합원과 총자산 6,1067억원(2018년 12월 기준) 규모의 남부럽지 않은 견실한 제주지역 서민금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작은 체구지만 다부진 눈매의 소유자, 고문화(64세) 이사장이 있다. 고 이사장은 1978년 사원으로 입사한 후 42년 동안 제민신협과 동고동락해 온 조합의 산증인이자 터주대감이다.

제민신협 제17대 고문화 이사장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제민신협 본점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고 이사장에게 “이사장 때문에 제민신협이 잘 나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라는 얘기를 꺼내자 그는 부끄러워하면서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그는 “제민신협은 자신을 키워주고, 먹고 살게 해 준 고마운 평생직장이다” 그리고 “이사장으로서 34명의 직원들에게 신협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게 하고 ‘직원이 바로 주인이다’라는 생각으로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을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한다.

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서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오늘 이 시간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36년 동안 제민신협에서 사원, 과장, 부장, 상무, 전무를 거쳐 제17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사장직 6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유의 뚝심과 배짱으로 한 번 신중하게 결정한 일이면 반드시 해내는 고 이사장의 추진력이 오늘의 그를 만든 셈이다.

제민신협은 이제 해마다 수 백 명의 타 지역 조합원들이 견학을 오는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는 우리나라 신협을 선도하는 조합으로 자리매김했다.

조합원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민신협 제44기 정기총회(지난 1월 26일, 제주시민회관)

고 이사장은 지난 2010년 조합원들과 함께 ‘나눔의 가치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상생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세운 2020비전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고 있다.

당시 가장 먼저 조합원 수를 과감하게 조정했고 최초의 조합원 출자금도 올렸다.

2010년 제민신협 조합원 수는 전년도 3만 명에서 1만 3500명으로 ‘반토막’났다. 거래 실적이 없는 유령 조합원 1만 6천명을 강제 탈퇴시켰기 때문이다. 대부분 조합은 조합원 수를 늘리겠다고 안달인데 제민신협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규 조합원의 계좌당 최소 출자 금액도 1만원에서 10원으로 10배나 올렸다.

제민신협은 ‘조합과 진정으로 거래하는 조합원이 신협의 주인이 되어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고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냐를 정리하는 것이 신협을 경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충성도 높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영혁신이 가장 중요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민신협은 출발당시 도내 대학교수, 기업인, 의사 등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의 생각을 함께 모아 설립됐다.

지역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과 중소상공인에게 ‘착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빠르게 성장한 제민신협은 1997년 불어 닥친 IMF 외환 위기에도 끄떡없었고, 조합원 수가 한때는 4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합원 수를 줄이고 출자금은 늘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제민신협의 남다른 전략은 임직원 모두의 치열한 고민한 끝에 만들어 낸 결과였다.

또한 발상의 전환으로 충성도 높은 조합원들이 늘어나야 지속 가능한 경영을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 지난 40여 년 동안 조합원과 쌓아온 두터운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민신협 직원들 역량강화 및 팀워크를 위한 프로그램

고 이사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조합원과 동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위기관리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와 함께 직원들의 치열한 토론을 바탕으로 하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고 직원들에게 조합의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역량강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5년부터는 전 직원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고 재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직원 해외유학도 보내고 있다.

고 이사장의 꿈은 제민신협이 나눔의 가치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상생을 일구는 것이다.

지난 3일 대한적십자사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서 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ed Cross Honors Club, 이하 RCHC) 가입 체결(제민신협 고문화 이사장)

지난 3일 그는 도내 첫 선출직 기관장 고액기부 회원으로 가입해 화제를 모았다.

대한적십자사 고액 기부자 모임인 레드 크로스 아너스 클럽(RCHC) 제주지역 회원으로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고 이사장은 “작은 것이라도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면서 “제민신협은 창립 때 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임직원이 길거리 청소를 하는 등 작은 나눔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며 “커다랗고 대단한 활동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조그만 봉사가 제주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민신협 고문화 이사장

또한 “여유가 없고 풍족하지 못하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나눔을 미뤄 왔지만 앞으로는 그래선 안 된다”며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서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만든 제민신협은 그동안 치열한 노력으로 이제 안정적인 금융기관으로 정착했다.

고 이사장은 “2~3년 후에 자산 1조원의 제민신협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당기순이익 가운데 50%는 도민을 위한 사업으로 환원하겠다”라는 약속도 함께 했다.

요즘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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