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요즈음 여름이 되면서 하절기 전기요금 누진제의 실시에 앞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더욱 더워지니 에어컨 사용이 증가하고 덩달아 누진제에 의하여 전기요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쏟아진다. 결국 작년에는 여름철에 한해 전기료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작년의 경험에 의하여 금년에도 더위가 일찍 찾아올 것이고, 전기 사용이 급증하게 되리라 예측 되면서 전기요금을 인하하도록 하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를 파는 한국전력의 입장에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해에 10조 원 가까이 이익을 내다가 이제 1조 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으니 요금을 내리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현재로는 가장 헐값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점차 줄이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그 다음으로 발전원가가 싼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 때문에 가동을 늘릴 수 없는데다, 중동 분쟁으로 기름과 가스 값은 오르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보급은 에너지 저장장치의 잇따른 화재로 주춤해 있으니 진퇴양난의 모양새다. 한국전력이 국가기관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주주로 있는 공기업이다 보니, 요금을 내려 계속 적자를 보는 것은 잘못 하다가는 요금책정에 관여한 한전의 이사들에게 배임의 혐의가 씌워져 국제소송에 걸릴 위험도 있다.

특히 우리 제주도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육지에서 가져다 쓰는 형편이니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거기에다가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와 전기자동차 보급으로 에너지 소비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차제에 에너지 수급 전반에 걸친 검토가 필요하다.

제주도에다가 원자력발전소나 석탄발전소를 세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가스를 이용한 발전소 건설도 주민 반대로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모두들 알고 있다시피 제주도는 태양광발전의 효율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므로 목장 지대가 남아 있기는 해도 토지를 잠식하면서 태양광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풍력발전도 소음과 전자파의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 중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의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상황을 정확히 안다면 결국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초지나 산림을 훼손하면서 태양광발전을 하는 것은 그리 탐탁해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비용이 좀 더 들겠지만 먼 장래를 위하여 모든 건물의 지붕을 태양광발전시설로 만들면 어떨까? 도내 주차장에 지붕을 만들면서 태양광 페널로 지붕을 만들면 뜨거워진 자동차 내부를 식히기 위해 가동하는 에어컨 사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조력을 이용한 발전이나 바다에다 풍력발전기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까? 가정이나 건물마다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태양광발전의 취약점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언론보도에 의하면(동아일보 30427호, C2면) 국내 1161개 산업단지의 유휴 지붕에 태양광발전을 모두 실시하면 약 33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이는 현재 24개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되는 약 22.4GW의 전력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도내 각 건물의 지붕마감재를 태양광발전모듈로 설치할 경우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또 하나 꼭 생각하여야 할 부분은 절전이다. 에너지 생산이 이렇게 어려운데 전력을 낭비한다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 모든 시설들을 전기절약형으로 바꿔나가야 하며, 가능한 한 전기를 절약하는 생활 습성을 길러야 한다.

아울러 전기요금 문제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의 저자인 조지프 히스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전기요금을 생산원가 이하로 내렸을 경우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돈 많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히스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전기요금을 제대로 받고 절약되는 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와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당하다고 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더구나 전기 요금이 헐할 경우 아무래도 낭비하기 쉽다.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원자력 발전이나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경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들은 이해해야 한다. 이 장단점을 잘 살펴서 선택을 했을 때라야 우리들은 후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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