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등은 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9일부터 ‘평화야 고치 글라’ 2019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행진은 29일 강정마을에서 출발해 제2공항 건설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성산을 거친 뒤 제주시청에서 평화문화제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생명평화대행진은 올해 공식적으로는 8회째다. 이번 대행진은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으로 이어지는 국책사업으로 인한 갈등에 대한 정부와 제주도의 각성을 촉구한다.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신청은 온라인으로 접수받으며 참가비는 성인 1일 2만원, 초중고생은 1일 1만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참가신청 웹페이지(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등은 기자회견문에서 “해군기지에 이어 제주에 다시 파괴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도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잘못된 제2공항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제주가 군사기지의 섬, 개발광풍을 이어갈 섬으로 변모해가는 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제주해군기지는 당초 계획부터 부실 그 자체이자, 치밀하게 준비된 강정주민 말살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 5월 29일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는 국가와 지방정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인권 파괴’의 백과사전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인권침해조사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군이 나서서 마을총회 투표함 탈취를 종용하는 등 직접적 개입을 한 사실이 확인됐고, 또 제주도와 해군, 국정원 및 경찰이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또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경찰만이 아니라 해경, 해군 등의 국가기관이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들을 폭행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그러나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정은 여전히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정 치유를 위해서는 과거 잘못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는 것이 명예회복을 위한 첩경이지만, 그 대신 국민의 세금, 도민의 금을 쏟아 붓고 있다.”며 정부와 제주도정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사진=김재훈 기자)

또 제2공항 갈등의 핵심이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제2공항 추진과정은 도민들의 합리적 문제제기마저 깔아뭉개고 있다. 오히려 제2공항 기본계획을 통해 드러났듯이 왜 제2공항을 해야 하는지 도민들에게 설득시키기는커녕 각종 의혹만 더욱 증폭시켰다. 갈등의 중재자, 도민의 의견을 집약해야 될 원희룡 도지사는 국토부 대변인 노릇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제주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주권을 이야기하는 문재인 정부와 자치분권을 홍보하는 원희룡 도정은 지금이라도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견수렴에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동균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장은 “올해도 여전히 걸을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8회지만 강정주민들, 전국대행진까지 하면 11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왜 아직 힘든 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지 안타까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해군기지는 지난번 경찰인권침해조사위원회에서 밝혀냈듯이 국가 폭력, 제주도의 폭력, 민주주의의 민낯이 스스로 밝혀진 세상이다. 물론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꾸준히 주장해왔던 사실들이 객관적인 사실로 적시되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또 정부, 경찰 등이 아직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가 사과의 뜻을 내비쳤지만 강정주민을 비롯한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이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가 완공됐고 그에 따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름뿐이다. 실제 강정주민들은 어떤 혜택도 누리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강정마을 공동체회복사업이 강정마을에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 회장은 “9600억원이라는 예산 지원을 하면서 3분의 1정도는 해군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또는 민자유치를 통한 공동체회복사업으로 오히려 강정마을에 더큰 갈등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인권침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구속력 있는 진상조사를 요구해왔지만 정부, 제주도정, 해군 할 것 없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제주도민들의 생각을 일깨우기 위해서 또 한 번 걷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대행진의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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