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품 불매운동 반대한다. 터질 것이 터졌다.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고 곪아서 터진 것이다. 예측할 수 있었고 언제 터져도 터질 가능성이 당연시 여겼던 문제들이었다. 한.일외교 불통이 낳은 결과였다.

6월 29일, 30일 열린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주최국 아베 수상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오사카에서 이 뉴스를 텔레비에서 볼 때마다 재일동포들은 주눅들어야 했다.

한.일정상회담의 불발로 요미우리텔레비에서는 G19정상회의였다는 야유가 나오고 각종 미디어들도 한국의 징용공 재판의 빚은 결과로서 이해할 수 있는 처사라고 아베 수상을 두둔했었다.

G20정상회의 이후 한.일관계는 역전과 반전이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되풀이 되었다. 6월 30일 판문점의 북.미회담은 세계적인 행사였던 G20을 완전히 희석 시켜버렸고, 아베 수상의 홀대 속에 귀국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번쩍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순간, 정치 쇼, 역사적인 이벤트 등, 많은 수식어 속에 평가된 북.미판문점회담과 남.북.미정상의 만남도 7월 1일 아베 수상의 반도체 부품 한국 수출 엄격화 발표로 하루살이 쇼로 끝나고 말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눴던 오사카 악수 때도 아베 수상은 한국에 대해 칼을 갈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 섬뜩하기만 한다. 아베 수상 스스로가 의장이 되어 체택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실현>을 활자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뒤집어버린 이율배반적인 처사였다.       

한국 수출 규제는 한.일간의 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로 비화 시켰다는 항의와 비판은 한국에서만이 아니고 일본 국내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나 아베 수상을 비롯한 일본 정부는 궁색한 변명 속에 이 조치를 합리화 시키고 있으며, 징용공 문제와는 별개 문제라면서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한.일 당사국만이 아니고 다른 국가에서도 주목을 하는 이 조치에 문재인 대통령은 일주일이 지난 8일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에 이 조치에 대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보복성 대항 조치가 있어서는 안되지만 한국 기업의 피해를 입었을 때는 대응을 강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보복성 조치에 대한 아베 수상의 독주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이러한 경고성 발언은 금년 초부터 일본 정부에서 계속 제기되었었다. 금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 때, 마지막 질문자로 겨우 지명을 받은 일본 NHK 기자가 징용공 재판건에 대해서 견해를 물었다.

일본에서도 삼권분립으로서 사법권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사법권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이 뉴스는 그날 각 텔레비를 통하여 일본 전국에 방영되었으며 일본 정부의 항의성 의견도 거세게 일어났다.

남의 일처럼 원론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국내 사법권의 판단이 국가간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초월할 수 있느냐면서 국권을 초월한 이 재판과 문재인 대통령의 징용공 인식에 대한 비판은 그후에도 그칠 줄 몰랐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와 함께 이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과 이 문제는 대상 밖의 사항이라는 한국의 주장은 사법권 차원에서가 아니라 양국간의 정치적 판단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일본 정부는 계속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노외상은 강경화 외무장관을 만날 때마다 요청과 협의를 했지만, 언제나 검토 중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정면 협의를 의식적으로 피해 왔었다. 현안 외교라는 것은 서로 당사국끼리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한국의 안일한 대응에 일본은 강경 조치로 나왔다.

한국에서 철회를 요구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의 개인적 인간 관계의 우호의 결핍성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로 부터 징용공 문제 등의 역사인식에 대한 견해 차이를 비롯하여 북한의 핵문제에 있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실무자 협의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베 수상이 정치적 입지는 수상이라는 제1인자의 권력과 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력 또한 제1인자로서 군림하고 있는 것이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사실이다. 아베 수상의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을 닮아 가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하루 빨리 한.일양국 정상이 만나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때를 같이 해서 7월 6일과 7일, 오사카 나가이공원에 있는 얀마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있었다. 오후 4시 반부터 시작하는 공연에 전날 밤부터 열을 짓고 기다리는 팬들도있었다. 필자는 출퇴근 도중에 자전거로 그 공원을 지나는데 그래서 알았다.

5일과 6일은 공연은 없고 낮 12시부터 방탄소년단의 기념품 판매가 있었는데 이때도 필자가 지나가는 오전 8시경에 약 4백미터의 열을 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일간에 경제전쟁이 일어났다고 한국의 미디어들이 대서 특필하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이때에 일본의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이렇게 모였었다.

6일과 7일이 공연에는 10만명이 관람했고 입장을 못한 많은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파도소리처럼 들리는 함성에 맞춰서 노래와 춤을 추고 있었다. 솔직히 눈물이 핑돌았다. 장마철인 오사카 날씨 속에서 4일 동안 비가 오지 않기만을 빌었는데 그러한 날씨가 계속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방탄소년단은 7월 13일과 14일은 시즈오카 에코파경기장에서 다시 공연이 있다. 이러한 국민적 교류를 정치가들이 생고집을 피워 말아먹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한국에서 애국적 충정과 일본 비판을 위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 금수 조치에 대해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물 흘린다."와 같은 의미의 속담을 인용해서 일본 정부의 보복성 조치에 항의하는 기사도 나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일본 상품 불매운동까지 해야 하는가 말이다. 국민 의식도 성숙해야 한다. 필자는 이 운동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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