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이 2018년 9월 26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 부결과 관련해 도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사진=제주투데이DB)

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은 지난해 9월 도민들에게 사과했던 기억을 잊었을까?

지난해 9월 제주도의회(김태석 의장)는 도민 여론과 달리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부결시키며 공분을 산 바 있다. 도민 여론은 날로 악화하였고, 민주당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무더기 반대표와 기권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김경학 의원(당시 제주도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11일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알려졌다시피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은 도내 보전관리 1등급 지역에 공항과 항만 설치 시 도의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원 지사가 ‘명운을 걸고’ 완수하겠다는 제2공항 건설 사업에 이 조례 개정안이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반영되었을 터. 제주도의회는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습을 취했다. 김태석 의장이 해당 안건의 본회의 상정을 직권 보류했던 것이다. 그러나 도민 여론은 보전지역관리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쪽이 압도적이다.

보전지역관관리 조례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에 찬성하는 도민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언론 제주의소리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벌인 여론조사에서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무려 80%에 달했다.(77.9%) 반대는 13.2%에 불과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여론이 이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의를 따를지, 아니면 민의를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고 지난해의 ‘사과’가 민심달래기용 쇼에 불과했음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제주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9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2공항 반대 집회에서 온평리의 한 할머니가 무대 가까이 나와 제2공항 건설을 막아달라며 울음을 터트렸다.(사진=김재훈 기자)

국토부와 제주도는 제2공항 입지선정 및 건설 추진 과정에서 도민 여론을 수렴한 적이 없다. 그 결과 도민공론조사를 하라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원 지사의 공론조사 불가 입장은 완고하다. 이미 영리병원 문제로 학을 떼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의회 입장에서 보자면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은 완고한 원 도정과 중앙 정부를 상대로 당당하게 도민의 요구를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협상카드다. 정부와 원희룡 도정이 끝내 공론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민의의 전당 제주도의회가 책임을 지고 제2공항 건설에 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현재로는 제주도의회가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협상카드다.

고용호 제주도의원이 수심 깊은 표정으로 온평리 주민들과 함께 제2공항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이 카드를 포기한다면 그 의원들의 이름은 두고두고 회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9일 고용호 의원(성산읍, 민주당)은 온평리 주민들의 제2공항 반대 집회에 참석해 ‘결사반대’ 머리띠를 두르고, ‘민주주의 유린하는 제2공항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었다. 의외였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지역의 의원으로서 온평리 주민들의 목소리가 신경이 쓰이긴 하는 모양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의원들 역시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다. 그러나 고민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제2공항에 관해서 책임지고 법적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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