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얼마 전 큰딸과 전화하다가 요즘 성매매와 마약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모 아이돌 그룹이 화제에 올랐다. 딸의 의견은 이랬다.

“방탄소년단은 그룹의 리더인 RM이 인성이 반듯하여 그룹 맴버들 모두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어서 스캔들이 하나도 없지만, 이 그룹은 리더가 마약과 성 문제를 하찮게 여기고 있어서 그 멤버들이 그대로 따라 하니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분석이었다.

U-20 청소년 축구대회를 보면서 이강인군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18세의 어린 나이인데도 어른스러울 수가 있을까! 그러니 형들에게서 ‘막내형’이란 별명을 듣고 윈 팀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나라 청소년 팀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볼 때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늘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점이 세계적 선수가 되는데 밑거름이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에도 손흥민 선수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큰 빛을 보지 못 하고 일찍 스러져갔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다른 분야에서도 승승장구하던 인물들이 어이없는 실수로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곤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인성이 문제였다고 여겨진다. 타고난 재능으로 어느 정도 올라갈 수는 있지만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세계적 인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거에 서울대학교 망국론이 회자(膾炙)된 적이 있었다. 서울대학교가 우리나라의 인재들을 싹쓸이해서는 나라를 망치는 사람으로 키운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울대학교가 인재를 그런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대학교에 많이 들어가니 그렇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학부형들이나 선생님들이 학생이 공부만 잘 하면 오냐오냐하면서 하면서 잘못을 눈감아주니 인성을 제대로 갖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공부 잘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가르침들이 든사람(지식이 많은 사람)이나 난사람(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된사람(인간성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보면 결국 행복이란 원만한 대인관계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많은 지식이나 뛰어난 능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에 힘입었다는 것을 우리들은 깨닫게 된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의 일등은 마치 마라톤 경기 중 10 Km 지점에서 일등 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일등으로 골인하였다 하더라도 도중에 부정한 방법으로 일등을 하였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 모두 일등을 바라기보다 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값지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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