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선흘2리에서 추진되고 있는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두고 마을주민 간의 찬반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선흘2리 마을회가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했던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기철 국장이 "선흘2리 마을회가 동물테마파크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꿨다"고 발언했다. 마을회 총회를 통해서 찬성입장이 확인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국장의 이런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다.(사진편집=제주투데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봉, 이하 특별위원회)의 동물테마파크 사업 현장방문 때다.

당시 특별위원회는 사업자인 대명건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주민 수용성과 관련해 제주도청 실무자에게 관련 사항을 확인했었다. 

여기서 이상봉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선흘2리의 공식입장이 무엇이냐"고 묻자, 양기철 제주도 관광국장은 "찬성이다"라고 답했다. 양 국장은 "일부 학부모들이나 람사르습지위원회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면서 반대하고 있다"면서 "마을에서 공식으로 구성된 조직인 마을회는 저희(도청)에게 찬성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총회를 통해서 찬성입장을 확인해서 행정이 인지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양 국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4월 마을회 임시총회에서 77%가 압도적인 지지로 반대결의했다는데 국장의 말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 국장은 "최근에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봉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질문하는 모습(사진제공=제주도의회)

양 국장의 발언대로라면 최근에 마을회가 총회를 다시 열고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에 마을회 총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동물테마파크 사업의 찬반을 다시금 묻는 안건은 없었다. 

다만 최근에 선흘2리의 일부 전직 이장과 일부 주민들이 찬성위원회을 결성했을 따름이었다. 찬성위원회는 지난 4월 마을총회 결의 사안이 향약을 위반했다면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즉, 이 내용을 도청이 마을회 공식입장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제주도 관광국의 한 관계자는 "찬성위원회가 꾸려졌고, 선흘2리 이장이 반대대책위원회에서 탈퇴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받은 적은 있지만, 마을회가 공식으로 입장을 번복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실무자와 회의할 당시, 마을주민들이 찬성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보고받은 것을 (국장이) 오해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난 16일 행정사무조사 현장방문 때 동물테마파크 사업 부지 내에 찬성을 기원하는 천막을 설치한 찬성위원회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하지만 이번 발언은 제주도가 찬성위원회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문제가 크다. 최근 찬성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찬성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와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가 사업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사무조사라는 공식석상에서 담당국장이 이처럼 발언했다는 것은 단순 실수라고만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도 성명서를 내고 "‘마을이 이 사업을 찬성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라며 "해당 공무원을 즉각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대위는 "찬성위원회도 A씨 개인이 만든 단체일 뿐이며, 마을 총회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는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뿐"이라고 지적했다. 

박흥삼 반대위 위원장은 "양 국장의 말은 허위사실"이라며 "앞으로 변호사를 통해서 찬성위원회를 비롯해 지금 진행되는 사항을 확인하고 법적으로 처리할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아래 글은 행정사무조사 당시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양 국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7월 16일 동물테마파크 행정사무조사 당시 발언 녹취록-

이상봉 행정사무조사 위원장: 선흘2리 마을회의 공식입장은 동물테마파크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

양기철 제주도 국장: 찬성입니다.

이 위원장: 선흘2리 마을회에서는? 그럼 어떤 분이 반대하는 거예요?

양 국장: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마을회 입장은 찬성인데, 학부모라든지 람사르습지위원회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면서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 그러면 마을회 공식입장라고 하면 어떤 절차를 겪으면서 뭐한 부분인가요?

양 국장: 마을회라 함은 마을에서 공식으로 구성된 조직을 말하는 겁니다. 그쪽에서는 저희에게 찬성입장을 냈습니다.

이 위원장: 구체적인 총회를 통해서 찬성입장을 확인해서 행정이 인지했다는 거예요?

양 국장: 네.

이 위원장: 참고하겠습니다.

조훈배 의원: 국장님. 마을회와 학부모는 같은 겁니다. 마을회 속에 학부모가 있는 것이지 학부모만 다른 조직이 아닙니다. 그렇게 국장이 답변하면...

양 국장: 아시는 것처럼 마을회는 마을회원으로 구성된 공식 마을조직을 말하는 것이고, 그 중에 학부모가 들어갈 수 있지만... 공식적인 마을 입장을 여쭤봤으니 저희는 본대로 말한 것입니다. 

조 의원: 그런데 반대는 학부모들이 하고 있는 거잖아요. 학부모는 마을주민 아닙니까? 일부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야지 학부모라고 딱 지명하면서...

양 국장: 일부라고 했습니다. 일부 학부모...

이 위원장: '2018년부터 줄곧 반대입장을 해왔고, 주민의 총의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2019년 4월 9일 임시총회를 통해 주민 77%의 압도적 지지로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반대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반대위 성명서의 내용) 지금 국장의 말은 이 내용과 180도 다르네요? 총회 때 반대하기로 했는데 국장님이 아시는 걸로는 찬성하기로?

양 국장: 최근에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마을회 공식입장입니다.

이 위원장: 아, 최근에? 4월 9일날은 이 부분들이고 그 이후에는 찬성쪽으로 돌았다? 작업들 많이 하신 모양이네요. 네 일단 이상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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