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요즘 일본의 아베 수상이 일으킨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물품을 느닷없이 여러 가지 장애물을 설치하며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어 반도체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그 동안 위안부 문제와 일제 강점기 때 강제징용 되었던 분들의 임금을 되돌려 받기 위한 재판에서 여러 차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아베 총리가, 우리나라 정부에서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자 회심의 일격을 가해 왔다. 우리 정부에서는 허를 찔린 듯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별로 신통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손자병법에 보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 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은 얼마나 일본을, 아베 총리를 알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는데도 마이동풍(馬耳東風) 할 수 있었을까! “일본의 못 된 버릇을 고쳐 놓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담화에 화가 나서 일본에서 돈을 빌려 주지 않는 바람에 IMF관리체제라는 그 치욕스러운 경험을 하였으면서도 아직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 했음이 분명하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문명국이 아니었다. 다만 몇 몇 뛰어난 지도자들이 시대의 흐름을 일찍 읽고 명치유신을 일으켜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동양의 다른 나라보다 조금 일찍 받아들였기에 19세기 말에 선진국이 되고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파싸움에 지쳐 쇄국정치를 펼치는 바람에 나라를 잃는 비극을 당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힘으로 식민지를 다스렸으나, 그래도 오랜 문화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식민지 국민들이 우리와 같은 핍박을 받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3. 1 운동과 같은 평화적 시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제암리 교회에서나 관동대지진 때의 학살, 독립투사들에 대한 고문, 우리 재산의 약탈 같은 악랄한 행위들도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물었다.

그러나 일본은 문명국이 아니었기에 그런 부끄러운 사태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었고,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조선이 도와달라고 하여 도와 주었다는 등 망언을 일삼으며, 심지어는 일본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게 되었다고 망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때문에 우리나라가 분단이 되었고, 6. 25 전쟁으로 일본이 전후 복구사업을 단기간 내에 힐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것이다.

아베 총리로 말하면 일본 일급 전범인 기시 수상의 외손자이다. 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과거를 속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양심 같은 것은 없다. 오직 어렸을 때 우러러보았던 외할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으려는 욕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2차 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을 뭉개고 있으며,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야스꾸니 신사를 참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외할아버지의 더러움을 씻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베에게 2차 대전의 잘못을 주장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일 따름이다. 그런 말을 자주 할수록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밉게 보일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세계 정의나 국제관습은 코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을 시정하는 방법은 단 하나, 우리의 힘을 길러 그가 어쩔 수 없도록 하는 것뿐이다. 깡패나 조폭들에게 인간의 도리를 들먹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말로만 엄포를 놓는 것은 아무런 대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일본을 무찌르자고 외쳐도, 6. 25 사변이 일어나기 전의 ‘북진통일’처럼 허망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게 된다. 고려 때의 서희 장군의 외교로 거란군을 물리친 것도 고려의 무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문대통령께서 명량대첩을 언급하셨는데, 이순신 장군이 지략만으로 왜군을 물리쳤다고 생각하다면 그것은 무척 순진한 생각이다. 물론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지략이 그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우리들의 무기는 대포인데 왜군의 주력 무기는 조총이었다는 사실과, 우리 배는 소나무 배인데 왜군의 배는 삼나무 배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노래 가락에도 ‘왜놈 배는 삼나무 배인데, 우리 배는 소나무 배여.’라는 대목이 있음을 잊지 말자. 조총의 사거리는 고작 50m 정도인데 우리 대포는 200m를 나가니 조총이 위력을 발휘하기 전에 왜군의 배는 우리 대포에 부서지며, 조총의 사거리에 이르기 전에 우리의 화살이 적군을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 백병전이 벌어져 배끼리 부딪치면 삼나무 배가 박살이 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전력의 차이와 울돌목의 물 흐름의 변화와 같은 요인을 최대한 살렸기에 명량대첩과 같은 대승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하고 경제전쟁을 하자고 하는데 우리가 쓸 무기가 무엇이 있는가? 일본 상품 안 사는 것이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일본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전쟁을 하는데 피해가 없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받는 피해에 비해 일본이 입게 될 피해가 너무 적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수개월이면 국력이 바닥난다.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이길 수 있을까? 외교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몇 개월이 걸리면 모든 것은 끝난 다음이다. 청나라 군대가 남한산성을 함락한 다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라 간의 분쟁에서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 중 가장 어리석은 정책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저 기분으로 싸우자고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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