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는 어디서 오는가. 당연한 소리지만 마음에서 온다. 심리적 불만 표출 감정이다.

외부의 자극으로 야기되는 불만과 불안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기재다.

‘마음의 불’인 것이다. 불이기에 쉽게 진화 할 수도 있고 뜨겁게 타올라 대형화재로 번질 수도 있다.

그래서 화를 다스리는 유용한 수단으로 자제력과 분노조절 능력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쉽게 화가 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곳곳에 화를 부르는 ‘화의 불씨’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되살아나 치밀어 오를지 모른다. 화근(禍根)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온갖 편견과 불공정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분노의 심지에 불을 옮기는 ‘화의 불씨’다.

갖가지 모순과 부조리, 권력의 비겁한 변명과 무책임, 무질서와 불법, 폭력, 각종공해, 파렴치 사기 행각에 이르기까지 화를 부르는 요인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후텁지근한 무더위 짜증에서부터 사회적 거악, 국가영영의 위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의 불안 등 개인적, 또는 집단적 분노를 자극하는 실체가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만 봐도 그렇다.

2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K리그1(클래식) 올스타팀과 이탈리아 명문클럽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한국의 축구팬들을 우롱한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2년 만에 방한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호날두는 단 1초도 경기에 뛰지 않았다. 팬 미팅 사인회도 갑자기 취소해 버렸다.

‘최소 45분’ 이상 경기에 출전 계약을 맺었다는 주최 측 ‘더페스타’의 공언이 공염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역시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축구장을 찾았던 6만5 천 여 명의 축구팬들이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집단적 분노가 분출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일본의 전략물자 한국 수출 규제로 야기된 한일 간의 무역 분쟁도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은 한일 양국 국민사이에 증오의 불길이 되어 ‘국교 단절’등 예측하기 힘든 사태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을 뛰어넘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각한 상황에 대한 심각성이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청와대 관계자, 또는 민노총 등 친여 성향의 조직 집단에서 반일 감정을 선동하는 히스테리를 보이는 것도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이성적 접근을 배제한 ‘친일파 덧씌우기’ 프레임이나 반일 감정 선동은 향후 한일 관계에서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를 ‘열불 나게 하는 사태’는 또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무능과 북한 눈치 보기가 경계의 담장을 넘어서고 있어서다.

북한은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SRBM(단거리 탄고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그런데도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 사거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두 발 모두 600킬로미터 이상을 날아갔는데도 발사 당일에는 각각 430킬로미터, 690킬로미터라고 발표했었다. 사거리 오차가 최대 170킬로미터나 발생 한 것이다.

미사일 발사 후 북의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를) “남측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 시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는 그렇다.

특히 김정은이 “남조선 당국자들이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이상한 짓을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조롱하고 힐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문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노력’에 김정은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런데도 문대통령은 이에 침묵하고 있다. 군은 “위협이 아니”라고 파장 축소에 급급하고 있다.

청와대 반응은 더욱 가관이다. 그야말로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 이야기만 하는 꼴’이다.

북의 미사일 위협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전해졌다.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탄도 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무슨 황당한 망발인가. 북이 핵실험을 해도 9.19 군사합의에 핵관련 금지 규정이 없어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소리를 할 셈인가. 어처구니없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사거리 600킬로미터는 제주도와 일부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권이다. 그런데도 북의 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위협이 아니라고 어영부영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꼴이다.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 한다“는 것이 9.19 남북 군사합의다.

그런데도 전국 사정권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김정은이 ‘남측에 경고를 보내는 무력시위’라고 밝혔는데도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언제까지 헛소리를 할 것인가. 정말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중국의 공조 속에 러시아 공군소속 군용기가 우리의 영공을 침범하는 초유이 사태가 발생해도 러시아에 대한 경고발언 한 마디도 없이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그야말로 문재인정부의 외교 정책이 사면초가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안 보이고 외교가 외톨이가 되고 있다”는 일각의 자조적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처럼 안보위기는 고조되고 외교력은 추락하고 있다.

일자리 등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괴물 경제정책으로 경제 상황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나라사정은 성한 데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헤쳐가야 할 여야정치권은 맨 날 막말을 동원한 정파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 정치적 욕심만 버짐처럼 딱지딱지 엉켜 있다.

이 역시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이를 위해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5대 국정목표로 정했다.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넘긴 현실은 어떤가.

국정목표나 국정철학은 포장만 그럴듯했다. 교언영색으로 치장했을 뿐이다.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체감이 그렇다.

‘거짓과 선동’이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마치 ‘나치 독일 선전부장 괴벨스의 선전 선동 망령’이 되살아 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친일청산과 적폐 청산이라는 거짓 선동, 홍위병이 되어가는 사법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버린 언론의 거짓 선동, 종북 세력의 권력 장악과 거짓선동, 탈 원전 정책의 거짓 선동, 사드에 관한 거짓 선동 등 등도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선동과 변명, 위기 상황과 관련한 비겁한 침묵, 속수무책 상태의 국가외교안보 무능, 정치권의 막무가내 아귀다툼이 잠자던 국민적 분노에 불을 댕길지 모른다. 그것이 들불처럼 번질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화(분기)를 달래줘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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