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만큼 뜨거운 제주 지역현안

대화는 사라지고...거친 비판만

공론화 요구 외면하면 "제주 정치 사망선고"

현안 산적...도지사는 개인 방송에서 '꽃중년 놀이'

폭염만큼 뜨거운 지역 현안문제

연일 뜨거운 폭염이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더 뜨거운 제주다. 제2공항이 그렇고 최근 현직 이장이 주민 총회 없이 사업자와 상생협약을 맺은 제주 선흘 동물 테마파크 역시 폭염만큼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다. 제2공항과 관련해서 공개 토론회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여전히 공론화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갈등은 쌓이는 데 해결 노력은 난망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는 전문 정치인들만 영역이 아니다. 일상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민 참여 역시 중요하다. 그럼에도 지역 출신 국회의원, 도의원, 도지사 등 실질적 권한을 지니고 있는 현역 정치인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최근 각종 현안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제주 지역에서는 조정과 중개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화는 사라지고...거친 비판만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과연 제주에 정치가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무소속 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과의 정책협의는 2017년 6월, 2019년 2월 두 차례 있은 후 사실상 개점 휴업이다. 2월 있었던 정책협의도 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제주 4·3특별법 개정 등만 정책협의 의제가 되었다. 당시 제주 지역 현안문제였던 제2공항과 영리병원은 협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도 당시 언론에서도 알맹이 빠진 정책 협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7년 6월 있었던 원희룡 도지사와 국회의원간의 정책협의회>

2월 정책협의회에 이후에는 6단계 제도개선 등을 법안 통과를 위해 몇 차례 개인적 면담을 한 게 전부다. 무소속 원희룡 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 사이의 현안 논의가 쉽지 않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2공항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고 지역구에 따라서 정치적 계산이 달라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또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서로가 정치적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제주 지역 국회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2월 이후 제2공항 등 현안문제와 관련해서 정책 협의 제안이 없었다”면서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협의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과 관련해서 원더풀 TV 등 개인 채널을 통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현안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대화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데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크다.

공론화 요구 외면하면 “제주 정치 사망선고”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야말로 정치의 실종이라고 할 만하다. 29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2공항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제2공항 반대대책위 박찬식 대표는 “도지사기 (공론조사를) 끝까지 거부하면 도의회가 나서야 하고, 이를 지역 국회의원 3명이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제주도 정치에 사망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 관련한 찬반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절차가 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금 제주 지역의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강영진 갈등문제연구소장도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고회, 설명회, 공청회 등 사업추진을 위해 정부에서 취하는 행정행위들은 반대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모두 무산되는 실정”이라면서 “향후 사업추진을 위해 요구되는 필수 행사들도 모두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상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지금처럼 제주도는 공론조사와 관련해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국토부는 10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기정사실화한다면 이런 우려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뜨거운 여름만큼 제2공항 갈등 문제는 제주 최대의 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제2공항 반대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모습>

현안 산적한데 도지사는 개인 방송에서 ‘꽃중년 놀이’

상황이 이런데도 이 문제를 풀 정치적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원희룡 도지사는 연일 개인 유튜브 방송에 그야말로 올인하고 있다. 정치가 아니라 유튜버가 되려고 작심이나 한 듯이 개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7월 27일에는 ‘패션피플 꽃중년 룩 대공개’라는 5분짜리 영상도 공개했다. 원 지사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자신과 지인이 만드는 것이라면서 제주도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순수한 개인 채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개인채널에서 한 제2공항 발언이 가짜뉴스 논란이 되자 제주도청 공보관실이 공식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도의회 도정질문 쉬는 시간에 춤추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도의회에서도 ‘공무시간에 부적할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선 이후 소통을 강조했던 원희룡 지사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소통은 없고 개인 홍보만 넘쳐난다. 원희룡표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호기는 사라지고 정치인 원희룡의 브랜드 홍보에만 열 올리고 있다. 초짜 유튜버로 방송에 욕심을 낼 수 도 있다. 정치인들이 개인 채널을 갖는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행정 책임자로서 무게와 신뢰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원희룡 도지사 원더풀 TV 갈무리>

이런 행보의 이유는 원희룡 지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 몸 값 키우기, 혹은 자기 존재감 과시하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둬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관련한 정치권 신당창당설을 제기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둬 제기되고 있는 보수진영 재편설로 원희룡 제주지사와 남경필 전 경기지사,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까지 참여하는 신당이 창당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 의원은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자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흔들리는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면서 “이 다섯 분이 또 다른 보수신당을 창당한다는 설이 나오잖아요”라며 “그 분들의 공통점은 박근혜 탄핵을 찬성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다섯 분이 바로 원희룡 제주지사와 남경필 전 경기지사,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아직은 설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런 정치권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어차피 황교안 체제로는 총선 필패가 예상되고 그렇다면 새로운 보수 결집이 보수 진영의 화두가 된다. 이 시점에서 정치적 중량감을 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제주 현안이 위중하다. 유튜버 정치로 자신의 줏가는 올라가겠지만 제주의 고르기우스의 매듭은 더 꼬이기만 한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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