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미소가 아름다운 

해녀들의 삶을 닮은 바닷가 '순비기나무'

하늘과 수평선이 잡힐 듯 솔빛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라산을 에워싼 먹구름

풀숲이 또렷하게 보이는 형제섬

바위에 부딪치는 하얀 포말은 구름을 만들고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입술 벌린 푸른 보라빛 순비기나무

산방산과 사계 바다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광은

열두폭 병풍이 펼쳐지듯 시선을 사로잡는다.

순비기나무는 마편초과의 상록활엽관목으로

제주도와 섬 지방의 바닷가 모래땅이나 돌 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생식물이다.

지하경이 옆으로 덩굴처럼 퍼져 '만형(蔓荊)', '풍나무'라고도 한다.

타원형의 도톰한 잎은 마주나고,

앞면은 회백색으로 잔털이 촘촘하게 보이고 뒷면은 은백색을 띠고 있다.

잎 표면에 회백색 털이 염분에 견디게 한다.

줄기는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면서 땅 속 깊게 뿌리를 내리며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줄기에서 내린 뿌리는 기어가듯 낮게 자란다.

아름다운 푸른 보랏빛 꽃은

7~9월에 원추 꽃차례로 피는데 입술모양을 하고 있다.

열매는 원형(핵과)으로 9~10월에 검은 자주색으로 익는데 아주 딱딱하고

콩알 크기의 단단한 열매는 가볍고 물에 뜨는 방수 기능이 있다.

바닷가 짠물을 뒤집어 쓰고도 잘 자라는 순비기나무는

해안 사구(모래언덕) 식물의 대표적인 나무로 

해안가 자갈밭이나 모래밭 위로 군락을 이루며 내염성과 내한성이 강하고

낮게 자라는 특성은 해안가 지피식물로 제격이다.

해안 사구를 피복하면서 덩굴로 기어가듯 자라기 때문에 모래유실을 막아주면서

다른 초본류들을 품고 있는 '사구지킴이'이다.

해녀들이 물 속에서 숨을 참고 물질을 하다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제주방언)'라고 하는데

순비기나무의 유래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만형자(蔓荊子)'라고 하여 두통이나 귓병, 안질 등에 쓰이고

해녀들이 겪는 만성 두통(잠수병)의 치료에 사용했다.

9월 말~10월 초 순비기나무 열매로

베개 속을 만들어 베면 바다향이 묻어나는 상큼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눈부신 파란하늘과 솔빛바다가 만들어내는 신의 선물...

바닷가의 밀원식물로 바다를 품은 귀한 존재다.

꽃말은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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