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2동·도련동 주택단지 건설 예정지역(사진=김재훈 기자)
화북2동·도련동 주택단지 건설 예정지역(사진=김재훈 기자)

 

화북2동, 도련동 일대에 대규모 주택단지 계획이 추진 중인 가운데 강제 수용당할 처지에 놓인 토지주들이 반대 대책위를 구성했다. 주택단지 계획은 토지주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토지주들은 9일 진정서를 제출하고 12일에는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지난달 22일 제주도는 오는 20207월 일몰을 앞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의 해소방안으로 이번 주택단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해소방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계사업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를 지정해 공원을 적절히 보전하면서 연접한 토지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방침이다. 이에 제주도가 지난 3월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화북2동 동부공원 오등동 오등봉공원, 건입동 중부공원 3개 공원에 대해 국토부에 사업 신청한 결과 이번 사업부지가(화북2동 동부공원) 대상지로 선정된 것.

7일 제주투데이가 만난 토지주들은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협의 과정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씨는 뉴스를 보고서야 토지 수용 사실을 알았다면서 제주도의 행정편의적인 사업 추진 방식에 울분을 토했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이 씨는 사업 계획단계는 물론 이후에도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이 전무했다고 제주도정을 비판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 2공항 건설사업 등 갈등을 겪으면서도 제주도정이 토지주를 대하는 방식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부지 내에서 친환경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용호 씨는 토지주들에게 이번 사업 관련 공문과 안내 자료를 일반 우편물로 보냈다. 2200억원짜리 사업인데 등기도 아니고 일반 우편물로 보냈다. 2층짜리 건물도 등기로 보낸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등기가 아닌 일반 우편물로 받은 공람 자료를 들어보이며 황당해 하는 토지주들. 아직 못 받은 토지주도 있다고 밝혔다. 왼쪽 이영호 씨, 오른쪽 이윤석 씨.(사진=김재훈 기자)
등기가 아닌 일반 우편물로 받은 공람 자료를 들어보이며 황당해 하는 토지주들. 아직 못 받은 토지주도 있다고 밝혔다. 왼쪽 이영호 씨, 오른쪽 이윤석 씨.(사진=김재훈 기자)

 

한심하고 답답해서 나중에 토지주들이 도청을 찾아가니 도 공무원은 잘 모른다 LH에 가서 물어보라고 답했다. 국토부 사업이기 때문에 도는 협조만 하는 입장이라고만 되풀이했다. 세상 이런 일 있을 수 있나. 제주도는 국토부 산하기관인가. 도청 도시건설국장과 면담도 하게 됐지만 국장도 역시 같은 얘기를 할 뿐이었다.”

그러나 제주도 관계 부서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모를 수 없다는 것이 토지주들의 판단이다.

이 씨는 제주도에서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에 이 사업을 신청한 것 아닌가. 자기들이 올리고서 선정 됐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토지주들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국토부가 한 일이라고 했다.”그러면 제주도 공무원들은 왜 존재 하나. 자기들이 기안해서 올렸으면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에 신청했고 어떤 절차를 밟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등의 설명을 해줘야 주민들이 납득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씨는 사업 발표 후 현재까지 민원인이 접근할 수 있는 창구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기회도 없었다. “2200억 원짜리 사업인데 주민들과 소통할 TF를 구성하고 담당자 2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의견서를 내면 국토부에 제출하겠다고만 하는데 제주도는 대체 뭐 하는 덴가, 국토부의 하부기관인가?”

도시공원 일몰제 해소 방안과 연계한 이번 주택단지 조성 사업은 제주도에서 추진된 여타 개발사업들처럼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시작부터 삐끗했다.

이 씨는 도민으로서 도시공원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 찬성한다. 하지만 일몰제 해소 방안이랍시고 갑자기 왜 이 사업에 1800가구의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것인지는 정말 알 수 없다. 토지 가격이 저렴하고 개발이 어려운 자연녹지이다. 소유주가 몇 명 안 되니 LH가 땅 장사를 손쉽게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그러면 대체 자연녹지의 의미는 뭔가.”

현재 도내 주택 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1800가구의 주택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제주도에 주택이 부족하냐는 것. 이 씨의 지적대로 제주도는 미분양 주택을 혈세를 들여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단지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이용호 씨가 지도를 들여다 보며 이 사업 계획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주택단지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이용호 씨가 지도를 들여다 보며 이 사업 계획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이 씨는 이와 같은 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들과 협의를 하면서 이해를 시켜야 한다면서 도청 공무원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정의 반성과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다른 도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만큼 이번 사업 과정에서 선례를 만들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이 씨는 주택단지를 지으려는 곳은 도시화된 화북임에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아직 자연이 살아 있는 허파 기능을 하는 지역이다. 이런 점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토론하며 녹지를 밀기까지 과정과 기록이 남아야 한다. 제주도가 주민들과 한 번이라도 논의를 한 적 있나? 원희룡 도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다가 이번에 정말 놀랐다. 고민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시스템에 의해 단순작업을 하는 사람들인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씨는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왜 한 번에 토지를 다 매입하려 하나. 천천히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한 방에 끝내자는 포병출신들 같다.”며 주민 토론회 한 번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정과 국토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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