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행정학박사, 前 언론인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는 어언 70년에 다다르고 있다. 대한민국헌법에 의한 민주공화국정부가 1948년 8월 수립되었고, 그 이듬해인 1949년 7월에 ‘지방자치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그러나 당시 집권층은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실행을 하지 않는 채 지연을 거듭하였다. 그러던 중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4월과 5월에 이르러 기습적으로 지방의회의원선거를 실시한다. 이유야 어떻든, 근대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출범하였다. 이후 10년 가까이 우리 지방자치는, 비록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나름대로 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는 해체되고 자치행정은 전면 중단되었다. 모처럼 돋아나던 지방자치의 새싹이 허망하게 시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91년에야 비로소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치러졌으며 4년 후인 1995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선출됨으로써, 마침내 지방자치가 완전 부활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면서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는 기업용어가 나타났고, 신구범도정(道政)에서는 ‘주식회사 제주’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바로 ‘행정의 경영화’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지방시대에 있어, 진정한 ‘자치’를 하기위해서는 독립성과 주체성․책임성을 바탕으로 지방행정을 ‘경영’하여야 한다. ‘경영화’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들이는 경제원리를 말한다. 따라서 지방행정의 경영화는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경영체로 하고, 그 단체장과 산하 공무원이 사장․사원이 되어 ‘적절한 예산의 집행과 효율적인 운영으로 가장 큰 성과를 산출해내는 하나의 경영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지방자치는 지방의 업무 즉, 자신의 사무를 ‘자기부담’으로 처리하는 재정적 자립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지만 어느 나라, 어떤 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수요에 걸맞은 충분한 재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적극적인 주민편익과 지역복지를 실현하기위해서는 기업적 요소인 경영사업을 전개해야할 당위성이 불가피하게 대두되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지사․시장만이 아니라, 공무원 전체가 지혜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야 한다. 즉, 사장과 사원 모두가 일심동체가 돼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굳이 말단 공무원이라고 해서, 예외일수는 없다. ‘애물단지’로 불리던 한 기관을 ‘보물단지’로 바꿔놓은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최근의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서귀포감귤박물관의 홍기확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남들이 한직(閑職)이라고 꺼려하는 감귤박물관 근무를, 자원하여 공모에 응하고 마침내 운영팀장으로 임용되었다. 발령을 받자마자, 박물관의 운영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박물관의 특성인 전시․기획․유물보존․교육․체험을 활성화하기 시작하였다. 이 중에도 ‘체험’을 중시하여 감귤쿠키 만들기와 감귤정유 족욕(足浴)등으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계속 확대시켜 나갔다. 한자․한문교실을 개설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접 강의를 맡기도 하였다. 그는 또 박물관․미술관 근무자에게 필수인 ‘준 학예사’시험에도 합격하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지난 7월 말까지 2년 7개월 근무 동안에 그는 서귀포의 상징인 ‘감귤산업’의 발전에 온 힘을 기울였다. 2005년 개설 이후 적자만을 내리 기록해오던 운영상황이, 어느덧 흑자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연간 5만~6만에 불과했던 관람객이 지난해에는 무려 13만 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홍기확 주무관 혼자만의 노력으로 달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 특유의 창의력과 열정이 빛을 발휘함으로써 무명(無名)의 박물관을 오늘의 정상괘도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방행정의 경영화는 이처럼 공무원 개개인의 사명감과 열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그는 지난 8월5일자로 서귀포본청 관광진흥과로 이동 발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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