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본떠 만든 '신나락 만나락'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만나는 탐나는 이야기로 가득한 신나는 숲길

'제주 신화전설탐방로'

'신과 사람이 만나 함께 즐거워 한다'

라는 뜻으로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J지구 내

2016년 12월에 개장을 하였다.

'신나락 만나락' 탐방로는 곶자왈 숲길과 돌담길로 되어 있고

  탐방로는 총 길이 3.2km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둘레길, 중산간길, 가족길, 동부탐방길, 서부탐방길 등 5개 코스와

제주 신화, 전설 이야기를 담은 14개의 쉼터로 조성됐다.

                     천둥, 번개와 함께 초여름의 손님 장마가 다녀가고

불볕더위가 시작된 날씨 탓도 있지만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홍보가 아직인 듯

잘 정비된 넓은 주차장은 정적만이 감돈다. 

                                         1만 8천 신들의 고향 제주

탐라국의 역사를 품은 신화와 전설의 고장 제주

제주 사람들은 신들의 내력인

'본풀이'를 아직도 노래하며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제주의 본풀이는 살아있는 신화이자,

신과 인간이 만나 함께 즐거워하며 살아온 오랜 역사의 상징이다.

제주 곳곳의 아름다운 경관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화산섬이 만들어 낸 곶자왈 숲길에서

제주도와 제주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주 신화와 전설이 있는 곶자왈로 들어가본다.

[탐라건국신화(삼성신화)]

                                고·양·부와 세 공주, 탐라의 시작을 알리다..

한라산의 모흥혈에서 솟아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라는 세 신인이

바다 건너에서 온 세 공주와 혼인하여 탐라를 건국하였다는 이야기로

탐라건국신화는 제주의 유일한 문헌신화이다.

[천지왕 본풀이, 설문대할망]

                            하늘나무와 해와 달이 열리고 섬 하나 솟아나니...

한라산과 오름 등 제주의 지형을 만든 거인 여신 '설문대할망'

천지왕 본풀이는 인간 세상의 창조,

이승과 저승의 구분에 대한 내력을 담은 신화이다.

                                                   곶자왈 숲길

숲 가장자리 낙엽수림대 아래에는

겨울을 지나 봄을 알리던 순박하지만 십자모양의 사각별 '백서향'

바람 타고 전해지는 백서향의 꿀향기에 걸음을 멈췄던 곳에는

아름다운 꽃 속에 숨어있는 예리하고 꼬부라진 가시 '실거리나무'

한껏 성숙해가는 탐스러운 열매을 단 '으름'

선풍기 날개 모양을 닮은 '마삭줄'도 흔적을 남기고

울퉁불퉁 튀어나온 모습이 도깨비 뿔을 닮은 붉나무 '충영'

까마귀가 쉬었다 갔을까? 이름도 별난 '까마귀베개'

인정있는 이름 생명력이 대단한 '후박나무'도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듯 실한 열매로 눈길을 끈다.

[실거리나무]
[으름]
[마삭줄]
[붉나무 '충영']
[까마귀베개]
[후박나무]
[하로산또와 김통정]

신출귀몰 하로산또, 둔갑대장 김통정의 비늘을 뚫어라!

삼별초의 장군 김통정과 하로산또(한라산신)의 대결을 담아낸 모습이다.

원나라에 굴복한 고려에 저항해 제주에서 최후까지 싸운 김통정

바위에 발자국을 남길 정도의 장수였지만

제주 백성에게는 수많은 침략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영등할망]

                             영등할망 바람 너울, 풍요의 기운이 영글다..

영등할망의 치맛자락을 주제로 바람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소라와 고동을 매달아 해산물의 씨앗을, 바람의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다.

해산물의 씨앗을 뿌려주며 생업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영등할망은 바람의 신으로

음력 2월 1일에 제주로 들어와 2월 15일에 다시 나간다.

[풍수사 고종달(호종단)]

                           댕강 산줄기 싹둑 물줄기, 게 섯거라! 고종달..

제주도 산천의 기운을 없애 영웅의 탄생을 막으려고 하였던

풍수사 고종달의 최후를 담은 이야기가 용맹한 장수매의 모습에 담겨 있다.

날카로운 매의 발톱에 짓눌린 칼만 남긴 채

차귀도 앞바다에 수장된 고종달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준다.

[이공본풀이]

할락궁이의 신비한 꽃으로 삶과 죽음을 가리다..

뼈 오를꽃, 살 오를꽃, 피 오를꽃, 환생꽃 등 신비로운 서천꽃밭을 형상화하였다.

할락궁이가 서천꽃밭으로 가서 아버지 사라도령을 만나고

생명꽃으로 죽은 어머니 원강아미를 살려낸 뒤

꽃감관으로 좌정하는 내력을 담은 이야기이다.

[오찰방]

                                 누구든지 덤벼라! 제주의 천하장사 오찰방..

영웅의 기상을 타고난 천하장사 오영관

엄청난 힘으로 나라를 어지럽히는 도둑을 잡았지만

변방인 제주 사람이라는 이유로 낮은 벼슬에 임명된 '찰방'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제주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산방덕과 고성목]

                                        산방덕이, 산방굴에 깃들다..

아리따운 선녀 산방덕과 그의 연인 고성목을 질투해

악행을 일삼은 고을 사또의 사연이 산방산 산방굴에 전해온다.

못다 이룬 사랑의 아픔을 안은 채 바위굴로 변신한 산방덕의 눈믈은

바위틈의 샘을 이루어 영원히 마르지 않고 흐른다.

[서귀본향당 본풀이]

                             엇갈린 사랑의 뿡개질은 산과 물을 가르고...

신들의 삼각관계에 따라서 뿡개질로 고산국이 서홍리,

바람웃도와 지산국의 우알서귀라는 세 마을로 나눈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감목관 김만일]

                                           감목관 김만일 나가신다..

벌판을 달리는 제주마의 힘찬 모습

김만일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문에 위험에 빠진 나라를 위해

일만 마리의 군마를 조정에 바쳤고, 말을 잘 길렀던 그가

혼신을 다해 나라를 구한 사연은 충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자귀나무]

                 밤이 되면 오므라드는 잎 때문에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자귀나무'

분홍실을 부채살처럼 펼쳐놓고 멋부리는 모습에 곤충들도 잠시 쉬어간다.

[배풍등]
[계요등]
[익모초]
[미국자리공]
[토산웃당 본풀이]

                                    꿈도 무럭, 몸도 무럭, 일뤠할망..

일뤳당은 젖먹이에서 열다섯 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을 보살피는 신당으로

동해 용왕의 딸이 제주의 신인 바람웃도와 혼인해

일뤳당신인 일뤠할망이 되기까지 사연을 담은 이야기다.

[용궁올레]

                                  용궁을 넘보는 자 칼선다리에 막히리라..

용궁으로 향하는 길목인 창곰돌

사람은 가서는 안 되는 곳인 용궁으로 들어갔던 송씨 해녀로 인해

용왕은 바다와 왕국을 영원히 갈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공생의 터전이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잡초를 제거한 듯 자연과 동화된 곶자왈 숲길과 돌담길 탐방로

버려진 척박한 땅은 일상으로 들어오고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듯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이름모를 버섯들도 길 위로 나왔다.

[털귀신그물버섯]
[더부살이고사리]
[도둑놈의갈고리]
[짚신나물]
[절국대]
[딱지꽃]
[괭이싸리]
[개싸리]
[궤네깃당 본풀이]

                                        밥도 장군 힘도 장군, 궤네깃도..

궤네깃도는 한라산에서 솟아난 소로소천국과 

강남천자국에서 제주로 들어온 백주또의 아들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영웅신으로 구좌읍 김녕리의 당신으로 좌정하였다.

[신촌리 일렛당 본풀이]

                                신성을 낚는 어부, 돌미럭에 소원을 빌다..

고동지 영감이 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석상을 얻은 뒤

미륵 조상으로 여겨 일렛당에 모셨다는 이야기로 미륵은 자식을 얻게 하고 병을 고쳐준다고 한다.

돌담 곳곳에 크고 작은 미럭의 얼굴을 새겼다.

                             1만 8천여 제주의 신들과 함께 걷는 곶자왈

저마다 주제가 있고 풍성한 이야기가 있는 신나락 만나락

다소 느리지만 화산송이 자갈과 판석을 활용한 편안한 길은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곶자왈 숲길과 돌담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위엄스럽지만 해학적인 모습과 다양한 조형물이 주는 친근감 등

보완과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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