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 씨가 12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계획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실에 열린 재판에서 고유정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기한 사전계획 혐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국선변호인이 공소사실을 그대로 다 시인하면, 재판부가 은혜를 베풀 것이라면서 검찰의 공소사실 전체를 자백하게 했다"면서 "이대로라면 살인마로 인식되게 될 것이며, 아이의 삶과 행복을 해치는 일이다. 계획적·고의적 살인을 모두 부인하며,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이번 검찰의 조서 중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지적했다.

◎"졸피뎀 먹여서 살해했다면서 몸싸움 있었다? 검찰 조서는 모순"

먼저 변호인은 검찰의 조서 중 살해 과정을 설명한 부분에 전후관계가 왜곡됐다고 비판했다.다.

변호인은 "검찰이 앞에서는 고 씨가 A씨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게 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게 되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면서 "뒤에서는 고 씨가 범행을 하는 과정에서 A씨의 저항을 받아 오른손에 절창(切創)을 입었다고 말한 점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A씨가 강간을 시도하려고 하자 저항하기 위해 흉기를 휘두르면서 저항했고, 절창은 그때 입은 상처라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그동안 검찰이 언론에게 자해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해도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유정 변호인측은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먹인 적이 없으며, 검찰에서도 증거가 없다고 공세에 나섰다. 위의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출처=픽베이)
고유정 변호인측은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먹인 적이 없으며, 검찰에서도 증거가 없다고 공세에 나섰다. 위의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출처=픽베이)

◎"졸피뎀 먹인 적 없고, 검찰도 증거 없다"

또한, 고 씨는 A씨에게 졸피뎀을 먹인 적이 없으며, 검찰에서도 정확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고유정씨)의 모발을 검사한 결과 졸피뎀이 나왔지만, A씨의 혈흔에서 나온게 맞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범행 현장에 있던 혈흔이 온전히 A씨의 것이고, 이 혈흔에서 졸피뎀이 발견됐다는 감정 결과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검찰측의 수사기록에서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이 누구의 것인지는 DNA 감정결과를 통해서 회신 예정이라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DNA 결과에 대한 내용은 증거자료에 첨부돼있지 않다"며 "증거자료에 이 내용이 없는 이유는 A씨의 혈흔인지가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변호인은 "검찰측이 피의자 A씨의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된 것처럼 정보를 흘려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며 "고씨는 A씨에게 졸피뎀을 먹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졸피뎀 검색은 버닝썬 기사 보다가 나온 연관검색어"

고 씨가 졸피뎀이나 니코틴 치사량, 뼈 분리, 혈흔 제거, 펜션 등을 사건 전에 검색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단순한 연관검색어였을 뿐"이라면서 계획범행을 부정했다.

변호인은 "고씨가 졸피뎀을 검색한 당시를 보면 '버닝썬 마약' 등을 검색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졸피뎀도 연관검색어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니코틴 치사량 검색도 "현 남편 B씨가 담배를 많이 펴서 다툼이 잦았고, 그래서 고씨가 니코틴 치사량을 검색한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 과정에서 니코틴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혈흔 제거'도 고 씨가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어서 검색한 것이며, '뼈 분리'도 남편 B씨의 보양식을 찾는 과정에서 돼지뼈 분리를 찾았던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키즈펜션과 CCTV 등의 검색도 아이와 함께 지낼 키즈펜션을 검색했던 것이고, 그곳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변호인은 당시 검색기록 일체를 증거로 제출했다.

고유정측은 혈흔 제거, 졸피뎀 등의 검색은 일상생활에서 검색하던 내용의 연관검색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고유정측은 혈흔 제거, 졸피뎀 등의 검색은 일상생활에서 검색하던 내용의 연관검색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성관계까지 적나라하게...검찰, "좌시하지 않겠다"

문제는 변호인이 A씨와 고씨간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A씨가 무리한 성관계를 요구해왔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점이다.

이날 변호인측은 서두에서 "고유정씨는 아버지가 없이 살게 된 아이에게 미안하고 슬픈 일이며,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사죄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내용은 전혀 딴판이었다. 

변호인은 "고씨는 6년간 혼전순결을 지켜왔고, 이후 A씨가 요구하는 성관계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면서 "당시 사건도 자신의 요구를 한번도 거부하지 않았던 고씨의 반응 때문에 갈등이 생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장에 있던 방청객들이 항의하고 나섰으며, 검찰에서도 "피해자의 행동이 원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검찰, "혈흔, 피해자 것이라는 증거 있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측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채 추단하는 것이라면서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에 발견된 혈흔이 A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검찰 자체조사에서 붉은색 담요에 있던 혈흔에서는 피해자의 DNA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또한, 검색어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연관검색어가 아니라 네이버와 구글 등에서 고씨가 직접 글로 입력한 것을 증거로 삼고 있는 것"이라면서 "추후에 증거를 모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고씨의 변호인이 새로 선임된지 3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판단해 2차 재판을 오는 9월 2일 오후 2시로 결정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