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저가 생활용품 매장 인근 빌라 앞에서 주차 문제로 주민이 점장에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저가 생활용품 매장 인근 빌라 앞에서 주차 문제로 주민이 점장에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퇴근해서 올 때마다 내 집인데도 차를 세울 데가 없어서 동네 몇 바퀴를 돌아야 합니다. 주차 스트레스를 안 받는 날이 없어요.”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생활용품 할인 매장 앞 주차장. 평일 낮 시간인데도 드나드는 차량이 엉켜있고 그 틈새로 매장 이용객이 지나다녀 매우 혼잡한 상황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차량 접촉 사고도 잦다. 이날도 두 차량이 접촉 사고를 일으켜 운전자끼리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A업체. 이 업체 매장이 들어서면 그 동네의 ‘핫플레이스(hot place)’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점포 수만 1200곳이 넘는다. 

지난 1월 하귀1리에 문을 연 매장 역시 이곳을 찾는 고객들로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주차 면수는 단 13개. 매장을 찾는 차량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용객들이 근처 빌라와 골목길에 무단주차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차 빼달라’고 하루에도 몇 번을 전화…쓰레기 투기까지”

60대 주민 김기영(가명)씨는 “이 매장이 문을 열 때부터 주차 문제가 생기겠구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심하다. 바로 집 앞까지 차들이 전부 들어설 때도 있다”며 “주차를 하거나 외출해야 할 때 ‘차를 빼달라’고 매번 전화를 해야한다”며 토로했다. 

그는 “주차 시비 때문에 (매장 이용객들한테) 욕도 많이 먹는다”며 “차를 대지 말라고 하면 잠깐이면 된다고 그냥 주차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건이 필요해서 사러 온 사람들한테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 위치한 저가 생활용품 매장. 방문객 차량으로 주차장이 혼잡하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 위치한 저가 생활용품 매장. 방문객 차량으로 주차장이 혼잡하다. (사진=조수진 기자)

매장 측에 불편을 호소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김씨는 “주차 문제보다 매장 측의 태도 때문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는 아파서 병원에 가야했는데 진입로를 가로막아 주차한 차주가 전화를 받지 않아 결국 나가질 못했다”며 “바로 다음날 매장을 찾아 직원에게 ‘책임자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리에 없다고 했고 그 후로 몇 차례를 더 찾아갔지만 매번 자리에 없다고 해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이 점장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고 나를 속여서 피하려고만 하는 모습에 정말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50대 주민 박현경(가명·여)씨도 매장 측의 소극적인 대응이 주민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매장 이용객이) 우리 빌라 주차 구역 안은 물론이고 전기차 충전소 앞까지 주차하는데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 주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난 몇 달동안 점장에게 문제를 얘기해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참다못해 업체 홈페이지에 이런 문제점에 대해 글을 올리고 나서야 주차금지 문구를 붙이고 주차 방지봉을 몇 개 갖다놓더라”고 황당해했다. 

◇매장 측 “주민 측 단일 소통 채널 없어 협의 늦어져”

이에 매장 측은 상당 기간 주민들과 주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단일 소통 창구가 없어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장 점장 B씨는 “건물주는 아니지만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개점하기 전부터 동네분들을 일일이 만나 인사도 하러 다니고 주민들과 잘 지내기 위해 신경을 썼다”며 “주차로 인한 피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빌라 앞 여유 주차공간을 임차료를 지급하고 사용하는 등 보상도 최대한 해드리는 방식으로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 위치한 저가 생활용품 매장이 설치한 인근 빌라 앞 주차를 금지하는 팻말과 표지.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 위치한 저가 생활용품 매장이 설치한 인근 주거지역 주차를 금지하는 팻말과 표지. (사진=조수진 기자)

 

다만 “남는 주차장은 써도 된다고 하는 분도 계시는 반면 또 어떤 분은 주차관리 요원을 고용해서 빌라 주차장을 관리해달라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무조건 빌라 앞에 주차하지 말라고 반대하기도 한다”며 “주민분들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아 협의하는 데 힘든 측면이 있다. 지금 입주자 대표 같은 단일 소통 채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당사자 간 직접 해결이 최선…행정은 시설 지원까지만”

양 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행정은 당사자들이 직접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만 설명했다.

주차 민원을 담당하는 제주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오늘 그 매장 주변 주차와 관련해 민원 전화가 왔었다”며 “단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매장 이용객·매장·주민 간 불필요한 갈등이 또 생겨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매장과 주민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함께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며 “행정에선 주차 차선을 그리거나 주차 안내판 설치 등 시설적인 부분까지는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주차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다보니 주차 시비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는 강지현(40·제주시 애월읍)씨는 “여기 말고도 제주 지역 특성상 주차 때문에 갈등을 겪는 동네가 여럿 있는데 해결이 잘된 곳을 찾기 힘들다”며 “상가 측과 주민 측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문제인데도 이를 조율하려는 노력 없이 뒷짐만 지는 행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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