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0월부터 화물운송 중단을 예고한 가운데 제주도내 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일부 지방공항의 화물운송을 10월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두고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출처=픽베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일부 지방공항의 화물운송을 10월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두고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출처=픽베이)

㈔한국농업경영인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이하 제주 한농연)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운송 중단에 반발하면서, 이번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0월 1일부터 청주·대구·광주공항 등 3곳의 항공화물 운송을 중단한다고 예고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각 공항 지점들은 ▲한국공항공사의 임대료 증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누적 증가해 운송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10월 항공운송 중단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제주 농가들이다. 현재 제주도가 항공으로 운송하고 있는 주요 물류들은 수산물과 채소류 등 농산물이다.

먼저 수산물의 경우는 98.6% 이상이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3개 공항으로 운송된 수산물은 총 1.1톤(광주 300kg, 대구 500kg, 청주 300kg) 정도였다. 대부분 개인화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

반면, 농산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제주도에서 육지로 운송되는 채소류 중 브로콜리, 잎마늘, 쪽파, 취나물 등 신선채소류는 거의 전량 항공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제주에서 육지로 운송된 신선채소 물량은 1만6천톤이며, 이 중 약 10%에 이르는 1,100여톤(추정)이 이번 3개 공항에서 담당했다.

제주 한농연은 "최저임금과 농자재 가격이 인상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항공화물 운임, 올해에는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주 농산물 판로까지 막아서는 대형항공사의 지방 화물운송 중단 방침은 농가의 고통만 가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이렇듯 심각해지자 제주도에서는 다른 지역공항을 이용하거나 선박을 활용해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 한농연측은 그런 대안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제주 한농연은 "해운으로 농산물을 출하할 경우 신선채소류의 신선도가 떨어져 제주 농산물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가격이 폭락하거나 제주 농산물 거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 한농연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도는 제주 농산물 항공화물 운송량의 대부분이 김포와 부산에 몰려 있고 3개 지역 운송량이 10%에 그쳐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한가로운 소리만 하고 있다"며 "'나 몰라라' 하다가 가락시장 하차거래 사태로 또다시 곤욕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농수축산경제국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제주지점 관계자와 이야기를 했지만, 문제는 제주지점이 아니라 해당 지역 지점들이 완강히 막고 있는게 문제였다"며 "다른 농민단체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당일 경매는 선박으로 유도하고, 인근 공항들을 활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도정에서 '나 몰라라'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박재완 제주 한농연 사무처장은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 주문으로 운반되는 물품들도 많기 때문에 제주도가 말하는 10%는 너무 적은 수치"라며 "현재 농산물 운송과 관련해 정확한 통계집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통계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농연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어려운 제주지역 농업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3개 지역에 대한 항공화물 운송 중단 방침을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

반면, 항공사에서는 이번 중단 계획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항공운송을 할 경우, 항공사는 터미널을 임대하고 엑스레이 및 보안 시설, 관련 인력이나 용역회사까지 모두 직접 운영하게 된다"며 "항상 적자를 보면서도 운영을 해왔었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접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7월부터 해당 사항을 공고해서 알려왔으며, 충분히 검토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재검토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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