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칼럼] 분노조절을 생활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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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칼럼] 분노조절을 생활화 하자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8.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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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얼마 전 신촌에서 제주시로 오는 도로 상에서 관광객이 칼치기를 하는 운전자에게 불만을 표시했다가 가족들 앞에서 폭행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필 고 모 여인 사건으로 인해 제주도민들께서 많이 속상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 데다, 그 상황이 고스란히 녹화 되어 중앙 방송에까지 보도 되고 청와대 진정에 십만이 넘는 인원들이 동참하니 도민들이 고개를 들기 어려워하고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칼치기를 당하는 일이 자주 있다. 때로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위험하게 끼어들어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오기도 한다. 그걸 피하려고 앞차와의 간격을 좁게 하면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 나도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며, 그러다 보면 앞차나 뒷차와 충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걸 막기 위해 차간거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렇게 하다가는 교통의 흐름이 지체되고, 너나없이 끼어들기를 하므로 이 또한 사고를 유발하게 되니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권장하기도 힘들다. 한번은 교통전문가에게 모두가 우리나라 교통법규대로 차량을 운행하였을 경우 어떻게 될까를 문의하였더니, 그랬다가는 교통이 마비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사실 교차로에서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에 멈출 수 있도록 서행하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할 때에는 30m 전방에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끼어들고, 주행 중에는 제한속도로 앞차와 안전거리를 확보하여 운행하게 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내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뀔 것이다. 오죽하면 준법투쟁이 시내버스 기사들의 투쟁수단이 될까!

그렇다 하더라도, 또 정말 긴급한 사항이 있다손 치더라도,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태도는 운전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다. 끼어들기를 하더라도 미리 방향지시등을 켜고 다른 운전자가 대비할 시간과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운전자의 예의 중 가장 기본에 속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 했다면 대단히 미안해 할 일이고, 잘못을 지적 받았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 물론 칼치기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끼어들기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하였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달리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도 젊었을 때에는 칼치기하는 운전자를 욕하곤 했다. 물론 따라가면서 한 것은 아니지만 나 혼자 한 것도 한 것은 한 것이다. 그러다가 한 신부님께서 쓰신 글을 읽고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신부님께서 칼치기를 하는 운전자를 욕했더니 신자가 ‘신부님께서도 욕을 하십니까?’ 하여 그 후로는 욕을 A, B, C로 나눠 ‘넌 A다.’ ‘넌 B다.’ ‘넌 C다.’라고 하신다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신부님도 욕이 나왔을까!

나이가 들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이런 저런 일을 겪다 보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모양이다. 전 같으면 욕설이 나올만한 상황인데도 그냥 지나가게 된다. 물론 마음의 갈등이 생긴다. 그런 행동이 올바르지 않고, 또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누군가 지적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그리하겠지 하면 한결 마음이 평안하다. 결국 용서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잠간만 분을 참으면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을, 그것을 참지 못하여 이런 사단이 생기는 것을 보노라면 매우 안타깝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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