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경제활동 71% 이상..."생활력 강한 제주여성"
여성경제인 차별 심각...실질적인 지원 필요
"국책사업 유치, 지역경제 도움 안돼"

한국의 경제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핵심은 지역경제다.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지방자치권이 실제로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지역경제 활성화는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현장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맡고 있다. 제주경제의 실상을 알려면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경제인들이 바라보는 제주경제의 지금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비전이 필요할까. <제주투데이>는 경제인들을 직접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71년 설립된 이후 전국 17개 지회를 둔 유서깊은 단체다. IMF 사태를 계기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중요해지면서 협회는 법적인 근거를 가진 권위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제주지회가 생긴 것도 이맘때였다. 지금은 200명 이상의 여성경제리더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제주지회의 현 모습은 어떨까. 최근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임민희 제주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민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장(사진=김관모 기자)
임민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장(사진=김관모 기자)

 

◎관광·서비스업 활성화된 제주...여성경제인 비율 70% 넘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의 연혁과 비전은?

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입니다. 여성경제인의 지위를 향상하고 권익보호를 도모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창업 촉진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실현해 여성기업과 여성경제인이 국가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지회가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 하려는 활동을 소개해주십시오.

무엇보다 여성경제인의 지위와 권익을 높이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여성기업의 활동 촉진과 교류, ▲유망직종 발굴 및 육성, ▲여성CEO AMP교육과 역량강화 교육사업, ▲여성가장창업자금, ▲여성창업보육센터 운영, ▲여성창업경진대외, ▲여성 일자리허브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기업 제품 공공구매 판로를 확대하고 구매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기업 확인제도도 운영하고 있고요.

현재 제주도의 여성경제활동은 얼마나 활성화되고 있는지

제주도의 여성경제활동은 전국 평균 59.2%보다 훨씬 높은 71.1%나 됩니다. 여성개인사업자 창업비율도 전국평균 40.2%보다 높은 49%나 되고요. 인구수도 2만4,600여명이나 됩니다. 제주지회의 경우에도 회원이 계속 늘어서 200곳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전국 17개 지회 중 인구 대비 회원율이 가장 높기도 하고요. 회원 수로만 따져도 4위고요.

임민희 제주지회장은 제주여성 경제인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강한 생활력으로 꼽았다.(사진=김관모 기자)
임민희 제주지회장은 제주여성 경제인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강한 생활력으로 꼽았다.(사진=김관모 기자)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그 이유는?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생활력이 강해서인 것 같아요. 남편이나 가족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고자하는 성향도 강하고요. 게다가 제주도 내에 공무원이나 선생님 외에는 안정적인 직업이 적은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리 회원들 중 70% 이상이 서비스와 유통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관광지다보니 여성이 카페나 미용실 같은 서비스업을 해 매출을 거두기 쉬운 구조기도 합니다.

◎"여성사장 못 믿겠다" 남녀 차별 여전...실질적 지원 필요해

제주 여성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숙제는 무엇일까요?

현재 여성기업 제품 공공구매 의무화제도 시행으로 물품 및 용역의 경우 구매총액의 5%, 공사의 경우 공사 구매총액의 3%를 여성기업 제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정부조달시 여성기업인이 최소 5%를 계약하도록 돼있고, 우리나라처럼 물품, 용역, 공사로 따로 정하지 않고 있어요. 여성기업 제품 공공구매 의무 중 물품, 용역, 공사에 대한 비율을 미국과 일본과 동일하게 구분없이 5%로 조정해야 합니다.
제주도의 지역적인 특성상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엮어진 인맥을 뚫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 영업환경이 여성들에게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용보증재단이나 금융권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증한도나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합니다. 꼭 남편을 데려오라고 하는 곳도 많습니다. 공무원들도 회사 대표가 여성이라고 하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합니다. 저도 이런 여성차별 속에서 자리잡기까지 15년이나 걸렸습니다. 여성기업인들만을 위해 금융지원제도를 만들어서 원활하게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임민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장이 김태윤 제주투데이 발행인(오른쪽)과 대담을 하고 있다. 임 지회장은 여전히 여성경제인들이 경제에 진출하기에는 차별이 여전하다고 토로했다.(사진=김관모 기자)
임민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장이 김태윤 제주투데이 발행인(오른쪽)과 대담을 하고 있다. 임 지회장은 여전히 여성경제인들이 경제에 진출하기에는 차별이 여전하다고 토로했다.(사진=김관모 기자)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 변화가 제주 경제와 여성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시는지.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서비스 유통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옷가게나 브랜드 매장은 타격이 크죠. 회원 중에는 고가의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예전부터 구매하던 단골손님이나 매니아가 아니면 새로운 고객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분야는 창업하기도 힘들고, 사양길에 들어서고 있고요. 한국 경제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인력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있어요. 초연결사회에서 전문성을 갖춘 여성창업가를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이 충분한 만큼 '여성스타트업 플랫폼 공간' 신설에 힘써야 합니다. 또한, 예비 여성창업자들의 창업 준비를 지원하고, 여성기업의 소통과 협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 마련도 시급합니다.

◎"SOC 국책사업 유치보다 향토기업 참여 모니터링이 중요"

제주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국책사업으로 유치한 강정해군기지와 JDC 국제학교,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큰 자본이 유치됐지만 정작 여성경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내 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실제 해군기지나 JDC에서 유치한 경제특구에서 물품 구매를 할 때 전국 입찰을 함으로써 제주도 업체들은 참여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이나 경제특구에 지자체가 나서서 제주 여성경제인들에게 수의계약을 하도록 적극 독려할 필요가 있어요.
제주도는 여성기업인이 포진돼있는 풀뿌리 경제에 더 역점을 두어 기초경제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관광, 농수산업, 서비스유통, 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제주의 특성을 살린 고유한 상품을 개발하고요. 자본을 투입해 향토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전통이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재정적 지원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임민희 지부장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SOC사업을 유치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향토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관모 기자)
임민희 지부장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SOC사업을 유치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향토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관모 기자)

지회를 이끌면서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가장 먼저 사옥기능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현 사옥은 주차시설과 위치 등의 이유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사옥은 차세대 여성기업인을 육성하는 활력 넘치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두번째로는 제주지회 20년사 백서를 발간하는 겁니다. 올해 제주지회가 창립한지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만큼 역대 회장들의 노고와 활동사항을 기록해 역사적인 자료로 영구보존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회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질 높은 MBA교육에 힘써 여성CEO의 기본적 소양과 역량을 높이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이밖에도 유관기관과의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회원들의 기업경영시 애로사항을 해결하려 합니다.

경제 리더를 준비하는 여성들을 위한 조언

:앞으로는 자본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CEO가 되지 못합니다. 자기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고 전문적인 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돈 있고 영업있고 백그라운드 있다고 해도 이제는 경쟁력 없습니다. 자신만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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