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색달 폐기물매립장 내 가연성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서귀포시 색달 폐기물매립장 내 가연성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도 내 생활쓰레기 매립장이 이미 포화가 됐거나 포화 직전인 상황으로 드러났다. 제주시  매립장 세 군데는 매립계획량을 넘어선 초과매립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지난 2월부터 폐기물 반입을 시작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기존 매립장의 문제를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4일 오전 제주시 아라1동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9 제주도 매립장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8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약 한 달간 도내 운영 중인 매립장 7곳과 종료된 매립장 4곳 등 모두 11곳의 현황을 조사했다. 단 우도와 추자도의 경우 기상 악화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꽉 찬 매립지 다시 파내서 또 쓰레기 묻어 

조사 결과, 제주시에서 운영 중인 봉개·동부·서부 매립장의 경우 모두 포화가 된 상태로 잔여 매립공간이 더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세 곳 모두 매립이 완료된 땅을 다시 파내 폐기물을 묻고 있는 등 초과매립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제주시 동부(왼쪽) 매립장과 서부(오른쪽) 매립장 내 초과매립이 이뤄지는 모습. 매립지를 다시 파서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시 동부(왼쪽) 매립장과 서부(오른쪽) 매립장 내 초과매립이 이뤄지는 모습. 매립지를 다시 파서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봉개의 경우 동복 매립장으로의 반입이 협의되지 않은 재활용 잔재물과 협잡물을 자체 매립하고 있다. 또 소각장 포화로 인해 음식물슬러지도 함께 매립되고 있다. 동부와 서부 매립장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귀포시 내 매립장 4곳의 경우 포화 직전인 상황인 데다 제주시와 비교해 폐기물의 성상(성질과 상태)이 불량해 문제가 더 심각했다. 

◇서귀포시 매립장 포화 직전…가연성쓰레기 그대로 묻기도

농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산업 특성상 영농폐기물 등 가연성폐기물과 폐감귤류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폐기물이 뿜어내는 메탄가스가 매립장 압력으로 인해 자연발화가 쉽게 발생하는 환경을 만든다. 실제로 서귀포시 주 매립장인 색달매립장의 경우 최근 1년 내 두 차례의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머지 남원·표선·성산 매립장은 소각장이 고장나면 가연성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매립장 포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9년 7월말 현재 서귀포시 내 매립장의 잔여 매립량은 색달 4%, 남원 8%, 표선 7%, 성산 3% 등으로 포화 직전에 이르렀다. 

지난 2003년 5월 매립이 종료된 제주시 한경매립장. 20년간 안정화를 거쳐야 하지만 농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은 매립지 위에 재배 중인 콜라비.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2003년 5월 매립이 종료된 제주시 한경매립장. 20년간 안정화를 거쳐야 하지만 농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은 매립지 위에 재배 중인 콜라비.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종료된 매립장 사후관리 손놓아…농작물 재배까지

매립이 종료된 매립장은 향후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관리당국은 해당 지역을 통제하고 차단시설 등을 갖추는 등 안정화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3년 5월 매립이 종료된 한경매립장의 경우 출입제한 조치는커녕 매립지 위에서 농작물까지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작 행위는 흙을 갈아엎는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차수막 훼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우천으로 인해 침출수가 증가해 주변 지하수 오염 등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 애월매립장은 통제시설이 갖춰져 있으나 주기적 관리가 부재한 상황이며 서귀포시 안덕·대정 매립장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동복 매립장, 쓰레기 대란 불보듯 뻔해

이날 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기존 매립장의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지만 아직 행정당국에선 이렇다 할 특단의 대책은 없는 것 같다”며 “이 문제는 신규 매립장인 동복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동복환경자원순환센터가 18일부터 정상 가동되면서 폐기물 2,500톤이 반입되고 있다.@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김 팀장은 매립장 포화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앞당겨진 주 원인으로 “예외 조항”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폐기물 관리 조례 시행규칙’ 제3조3항에 따르면 “광역폐기물 소각시설이 고장 또는 수리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가연성쓰레기의 소각처리 없이 매립장 반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 조항에 따르면 ‘불가피한 경우’라며 일시적으로 반입을 허용한 건데 행정당국은 현재 상시적으로 가연성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다”며 “이는 엄연히 법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는 생활환경 및 자연환경의 수용력을 감안한 인구·관광객 수요 관리이다. 특히 생활쓰레기는 미래 수용력까지 충분히 연구하고 계획하지 않고선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소각과 매립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1회용품의 사용 제한과 관광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사업장폐기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시설의 현대화 및 재활용 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대회의실에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19 제주도 매립장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4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대회의실에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19 제주도 매립장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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