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본사의 모습@사진출처 구글 지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문화예술재단 성희롱 가해 직원이 피해 직원에게 “사과했다”는 사유만으로 경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국혜원 제주문화예술재단 고충처리위원은 “(성희롱) 사건에 대해 2개월여간 절차상 문제점들에 대해 공유해 향후 성희롱 및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재단 근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피해자와 의논한 후 이를 공론화하기로 했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지난 7월2일 오후 10시쯤 노래주점에서 있었던 직원 간 회식 자리에서 직원 A씨가 노래를 부르던 B씨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얼굴에 입을 맞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가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상황은 다수의 동료 직원이 목격했다. 

◇당초 인사위 A씨에 ‘정직 1개월’ 중징계 의결

B씨는 이틀 뒤인 4일 고충처리 접수를 했으며 일주일 뒤인 11일 고충처리심의위원회가 구성됐다. 

심의위는 사건 조사 결과보고서를 검토한 뒤 A씨의 행위 자체가 명백하고 이 행위로 인해 B씨가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판단,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A씨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심의 결과를 보고받은 이사장은 A씨의 징계를 재단 인사위원회에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같은 달 30일과 8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인사위 회의가 열렸다. 

인사위는 “본 사건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한다”며 당초 고충처리심의위원회가 제시한 대로 중징계 처분 정직 1개월을 의결했다. 

◇인사위, A씨 불복에 따라 재심…‘감봉 3개월’ 감경

하지만 A씨가 이에 불복해 재심 청구를 요청했으며 이후 지난 3일에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A씨의 사과를 B씨가 받았다”는 사유로 징계를 감경해 경징계 처분인 감봉 3개월을 의결했다. 

게다가 A씨를 B씨가 속한 본부로 전보 임용했다가 B씨와 고충처리위원이 성희롱 행위자와 피해자를 같은 본부에 배치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같은 날 곧바로 전보 임용이 철회되기도 했다. 

B씨와 고충처리위원은 이사장에게 경징계 조치를 내린 인사위 의결에 재심을 요구했고 이에 이사장은 지난 9일 “인사위원회 의결과 회의록을 검토해 하자가 있다면 재심사를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가해자에게만 관용적인 조직, 더 이상 믿음 없어”

국 고충처리위원은 “이번 성희롱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령’ 및 정부에서 발표한 각종 업무 매뉴얼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인사위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B씨가 사법기관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장 내 고충 처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 것은 행위자와 피해자 모두 조직의 구성원으로 다시 복귀하고 향후 성희롱으로부터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직의 시스템이 움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하지만 ‘공정한 처리를 위해 자문을 받겠다’는 답변만 계속됐고 조직의 공정함은 가해자에겐 한없이 관용적이고 피해자에겐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제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면서 더 이상 조직 내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구나 의도치 않게 성범죄 관련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잠재적 당사자”라며 “조직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처리 절차에 의거해 가해자에겐 적정한 징계를, 피해자에게는 최선의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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