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반딧불 고향 '청수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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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반딧불 고향 '청수곶자왈'
  • 고은희 기자
  • 승인 2019.09.15 0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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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별 흐르는 마을

동쪽으로는 저지리, 서쪽으로는 낙천리, 남쪽으로는 산양리, 북쪽으로는 한림읍으로

에워싸인 '맑은 물 마을'를 의미하는 서부 중산간의 한경면 '청수리'

청수마을은 제주곶자왈도립공원과 인접해 있어

제주의 원시적인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아늑함을 더해준다.

[모진흘물]

모진흘물은 청수리 청수목장 입구에 위치한 천연 봉천수로

청수마을 설촌 이후 선조들이 주변 목장에

가축을 방목하면서 소와 말들의 급수용으로 사용하던 유서 깊은 물이다.

모진흘 물통은 마을 주민의 가장 나중에 발견된 물이며

이곳에서 끝났다 하여 '모진흘'이라는 지명에 대한 해석이다.
주변 4그루의 팽나무는 약 500여 년 넘은 나무로 추정된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물 폭탄과 함께 찾아 온 가을장마

차 창 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에 마음을 졸이며 도착한 청수곶자왈...

걷기 시작하면서 다행스럽게도 장마가 주춤한다.

 

청수곶자왈은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한

마을 공동목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으로

도내 최장거리 곶자왈지대인 한경-안덕 곶자왈지대의 중심부에 속한다.

(애월 곶자왈지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구좌-성산 곶자왈지대)

구르마(수레의 방언)를 끌고 소와 말들이 다니던 길은 탐방로가 되어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편안한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우마급수장]
[왕도깨비가지]
[어저귀]
[주홍서나물]
[애기달맞이꽃]

 

장맛비에 말똥의 구수한 냄새

무시무시한 가시로 마소들도 뒷걸음치게 하는 '왕도깨비가지'는

목장 주변으로 여전히 자람터를 넓혀가고

작물로 들여와 버림받은 문제잡초로 전략해버린 '어저귀'

번식력 강한 귀화식물 '주홍서나물'

장맛비에 흠뻑 젖은 시들어가는 모습의 황적색 '애기달맞이꽃'

꽃잎 닮은 긴 타원형 4개의 꽃받침이 아름다운 향기나는 '참으아리'

울타리나무가 된 굵고 날카로운 억센 가시 '탱자나무'

이름도 독특한 암수딴그루 '꾸지뽕나무'

풋풋한 연두빛이 싱그러운 '청미래덩굴'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진초록 열매 '청가시덩굴'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야생동부라는 뜻의 '돌동부'

강한 향기가 나는 방향성식물 '배초향'

어미에게 도움되는 쓴맛 나는 풀 '익모초'

물방울 맺힌 만개한 '누리장나무'는 여름의 끝을 알린다.

[참으아리]
[탱자나무]
[꾸지뽕나무]
[청미래덩굴]
[청가시덩굴]
[돌동부]
[배초향]
[익모초]
[누리장나무]

 

일반적으로 곶자왈이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숲을 이룬 곳을 이르는 제주 고유어를 말한다.

곶자왈은 수풀이 우거져 원시림 지대를 형성하며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만들기 때문에 제주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독특한 숲을 말한다.

 

청수곶자왈의 생태적 특성은

화산 활동때 분출된 용암으로 만들어진 곶자왈로

공중습도가 높은 독특한 미기후를 형성해 

나무의 씨앗은 표토층이 거의 없는 바위틈에서도 발아하고

토양으로 뿌리를 길게 내려 마치 열대우림의 나무뿌리처럼 기괴한 형상을 한다.

또한 곶자왈의 미기후는 남방한계식물과 북방한계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비오톱환경을 제공하여 생태축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곶자왈의 요정 '불란지'

불빛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하는 점멸성 발광이 아름답다는 '운문산반딧불이'

청수곶자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운문산반딧불이는

6월 장마가 시작되면서 모습을 드러내 7월 말까지 여름밤이면

반딧불이의 비행하는 멋진 향연이 펼쳐진다.

 

한경면 곶자왈의 생태는

녹나무와 종가시나무가 주인공이 되어 넓게 분포하고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생달나무, 센달나무, 조록나무, 새덕이 등 상록활엽수와

이나무, 붉나무, 덧나무, 단풍나무, 산초나무, 섬다래 등도

군데군데 조연이 되어 눈도장을 찍어 달라고 한다.

숲은 생명력의 발원지로 과거 수백년 동안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녹나무]

 

청수곶자왈은

제주도에서 녹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는 지역 중 하나로

잎을 비롯해 나무 전체에 장뇌하는 케톤화합물을 가지고 있어

약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늘푸른나무이다.

[단풍나무]
[붉나무 '충영(오배자)']
[다래]
[섬다래]
[왕초피나무]
[초피나무]
[산초나무]
[가는쇠고사리]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주위는 어둡고

늘 푸르름을 간직한 용암숲은 생명의 공간으로 양치식물들의 천국이다.

숲의 땅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양치식물

곶자왈에는 가는쇠고사리가 군락을 이루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내음성이 강한 난대성 양치식물의 서식밀도가 높은 편으로

콩짜개덩굴, 더부살이고사리, 도깨비고비, 꼬리고사리, 큰봉의꼬리 등

음지에 강한 양치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콩짜개덩굴]
[더부살이고사리]

 

나무와 암석이 만들어내는 착생식물들의 공존

숲은 조용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는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수풀이 우거져 원시림의 한 부분에 서 있는 듯

거친 바위 틈으로 기괴한 형상의 뿌리를 내린 나무들

화산암과 돌무더기가 지반을 이루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쓸모없었던 땅

옛날 사람들은 볼모지에 가까운 땅 곶자왈을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었고 숯을 굽고 식물을 채취하는 곳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유용하게 얻었다.

[길마가지나무 꽃:3월 촬영]

 

                                                       이른 봄~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작은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로
일찍 봄소식을 전해주었던 곶자왈의 발레리나 '길마가지나무'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때마다

곶자왈의 봄을 향기로 알려주는 신부의 부케를 닮은 '제주백서향'은

진녹색의 잎만 무성한 채 곶자왈 지킴이가 되어준다.

[제주백서향 꽃:3월 촬영]

 

바람이 머무는 숲길

나무는 돌에 의지하고 돌은 나무에 의지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구불구불한 수형의 특이한 나무, 바위를 덮어버린 이끼류와 고사리

사계절 얼굴 속에 숨어있는 늘 푸르름을 간직한 생명력이 가득찬 곶자왈은

분명한 색깔을 입히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하늘을 가린 우거진 나무 사이로

시간이 멈춘 듯 내가 그리던 마법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깔끔하게 정돈된 듯 비밀의 숲에는 여름향기로 채워간다.

[단풍마 '암꽃']
[왜박주가리]
[도둑놈의갈고리]
[애기나팔꽃]
[닭의장풀]
[며느리밑씻개]
[쥐꼬리망초]
[개망초]
[나도공단풀]
[털도깨비바늘]
[여우팥]
[미국자리공]

 

제주의 오지 중산간마을 '웃뜨르'

변화의 길목에서 저마다의 특별한 모습으로 탈바꿈을 한다.

윗쪽 들녘이라는 뜻의 제주방언 '웃뜨르'는 중산간마을로

제주의 오지이며 척박한 땅 청수, 낙천, 산양, 저지 4개의 마을을 일컫는다.
곶자왈을 가을 장맛비와 오롯이 걸으며 숲과 사랑에 빠졌던 날...

숨 쉬는 곶자왈에서 느껴지는 하루는

숲은 늘 푸르름으로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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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방 2019-09-16 16:01:39
설명 좋고 사진 좋고, 앞으로도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