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호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고용호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해양생태계 악화 및 경관침해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민 동의를 얻는 절차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19일 오전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제376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 동의안’을 상정해 “주민 수용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사 보류했다. 

이날 도의원들은 집행부를 대상으로 한목소리로 “주민 동의를 받아 다시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 

조훈배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안덕면)은 “이 사업이 도가 주관한 풍력발전 심의위원회에서 통과했는데 반경 5㎞이내 주민 동의를 받은 내용을 보니 모두 찬성하는 주민들의 동의만 받았더라”며 “행정에서 유리한 자료만 제출했다. 실제로 살펴보니 이 사업에 대해 모르는 주민이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를 탄소없는 섬으로 만들려고 다같이 노력하는데 그 시범지역이 바로 대정지역 아니냐”며 “사업의 필요성을 지역주민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행정이 이 과정을 사업자에게만 맡겨놓으니까 일부 어업종사자나 해당 지역에 근접한 몇몇 주민만 사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도의회에)제출해서 의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심의 보류하는 게 합당하다. 행정에서 주민 간담회와 설명회를 거친 후 대다수의 동의를 받아서 상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제주에너지공사의 현물출자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한동·평대 해상풍력 사업이 다시금 탄력 받게 됐다.(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해상풍력발전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구좌읍·우도면) 역시 “신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도민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에 대해 집행부는 사업자가 상당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만 말하는데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관침해 같은 일정 부분 양보해서라도 (화석연료 에너지가 아닌)신재생에너지로 가기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행정이 해야할 역할을 찾아달라. 졸속으로 이 사업을 처리해선 안 될 것”이라고 심사 보류 의견에 동의했다. 

풍력발전 심의위원으로도 참여했던 문경운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심의위원이 모두 16명인데 대부분이 교수하고 한전 관계자였고 환경단체 관계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며 “심의위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회도 하고 동의도 받은 뒤 통과했어야 하는데 도의회로 떠넘겨졌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사업 경과를 보니 집행부와 사업자가 지금까지 주민 상대로 설명을 하고 의견을 청취한 게 단지 두 번밖에 안 된다”며 “풍력발전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민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고용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성산읍)도 “주민 수용성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동의안이 들어왔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주민 의견 청취가 달랑 두 번인데 5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어 “이 사업에 반대하는 분들을 만나 설명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자료 보니까 찬성하는 분들만 만났더라”며 “찬성하는 분들이야 설명을 하든 안 하든 찬성을 할 텐데 반대 의견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게 뭔 일인가”라고 황당해했다.

임상필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대천·중문·예래동)은 사업 설명에 첨부된 자료의 부실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 의원은 “도의회에 제출된 동의안을 보면 해상풍력발전시설 설치에 따른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 파괴 가능성에 대해 추후 공동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돼 있는데 이런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반대 측에 설명할 것인가”라며 “관련 참고 자료도 지난 2004년에 발표한 논문이다. 지금 2019년에 10년도 더 전에 나온 문헌을 참고하라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지금 당장 제대로 된 계획안을 갖고서 반대 측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도 모자랄 판인데 자료가 부실하다”라며 “준비도 제대로 안 돼 있는데 도에선 심의위 절차를 다 거쳤으니 이제 도의회가 알아서 하든가 말든가 하는 식은 누구의 뜻인가”라며 강도높게 질책했다.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 시범지구 지정안을 부동의해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 시범지구 지정안을 부동의해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대정해상풍력과 관련한 질의가 끝나자 농수축경제위원회는 10여분간 정회 후 결국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이에 노희섭 도 미래전략국장은 “아무래도 공공주도 풍력사업의 경우는 저희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데 대정해상풍력과 같은 민간주도 사업은 (행정이 개입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의회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와 도민 합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했으니 이제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본다. 부족한 부분 보완하며 조력자 역할 충실히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 사업에 반대하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대정해상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18일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동의안을 부동의해 폐기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사업은 황금어장 강탈·어업인 생존권 박탈·남방큰돌고래 서식처 파괴·경관침해·연안생태환경 악화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는 오로지 사업 통과만을 목적으로 관련 절차를 밀어붙이며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 모두 묵살시키고 일방적으로 사업자 편만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1리 해상 5.46㎢ 수면에 약 100㎿에 이르는 풍력발전 시설(5.56㎿급 18기)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한국남부발전㈜이 주관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대정해상풍력발전㈜이 오는 2020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사업비 약 5천700억원을 들여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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