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인근 천미천에서 발견된 으름난초(사진=비자림로를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비자림로 인근 천미천에서 발견된 으름난초(사진=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은 지난 19일, 20일 비자림로 인근의 천미천을 모니터링하던 중 멸종위기식물 2급 으름난초를 한 개체씩 연달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시민모니터링단의 으름난초 신고에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는 바로 현장에 출동해 으름난초의 존재를 확인했다.

으름난초는 환경부가 1993년부터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으름난초의 아름다운 꽃은 관상 가치가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공증식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으름난초는 엽록소가 없어 모균류 버섯에 기생하여 양분을 얻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시민모니터링단은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생물이 7종에서 8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으름난초는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생물 8종 중 유일한 식물이다.

비자림로 도로 확포장 공사 제2대천교 구간에서는 천미천 하천정비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구간이다. 교래 방면 정비사업 마무리 후 천미천 하천폭을 넓히고 제방을 쌓는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모니터링단에 따르면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으름난초는 국가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로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종이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도로부터 200미터, 넓게는 500미터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지난 6월 비자림로 구간의 식물 정밀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으름난초는 서식처의 민감한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종이기도 하다. 벌채 등으로 숲 틈이 만들어져 빛의 영향을 받아 숲 바닥이 건조해지거나 물길 변동으로 입지가 건조해지거나 하면 금방 사라져 버리는 종이고, 여러해살이니까 한번 서식처가 교란되면 자연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자림로 공사로 인한 으름난초의 서식환경 파괴를 우려했다. 

시민모니터링단은 “비자림로 도로 확장이 으름난초의 서식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2대천교 부근 천미천의 인공 제방 축조 계획”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으름난초는 무척 생태 변화에 민감한 종이라, 숲의 구조(식생구조)가 변질되면 으름난초는 그냥 사라져 버린다. 다리를 중심으로 하천 바닥을 정비하고 좌안 185m 우안 207m 직선 제방을 축조한다면 좌안에 자연제방 역할을 하는 용암자연제방과 거기에 발달한 삼림식생이 파괴될 수 있고, 수충부 콘크리트 직강화로 인해 천미천 물줄기의 물리적 에너지가 크게 증폭하면서 바로 이어지는 하류 식생들이 연쇄적으로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이고 으름난초의 서식지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시민모니터링단은 “제2대천교 천미천 강 둑의 직강화는 강한 유속, 엄청난 수압을 발생시켜 자연 제방 역할을 하는 그 아래쪽에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특히 제주지역처럼 집중호우의 패턴이 매서운 기후지역에서의 자연제방을 허물고 인공 제방을 축조 하는 것은 남아 있던 자연제방마저 파괴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미천은 제주도의 여러 하천 가운데 그래도 중요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이고, 특히 비자림로의 삼나무림과 더불어 그 지역의 생태계 핵에 해당하는 공간”이라며 “이러한 곳들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비자림로 도로 확장공사와 천미천 하천정비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비자림로와 천미천에 대해 1년간의 생태 정밀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시민들과 합의하여 용역 업체를 선정하라”고 원희룡 제주도정에 촉구했다.

또 “제주도 생태보전의 지표 지역으로 드러난 비자림로 일대의 도로 확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공개 협의기구를 구성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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