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휠체어존?’ 교통약자 배제하는 시민복지타운 광장
상태바
‘노휠체어존?’ 교통약자 배제하는 시민복지타운 광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9.25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곳곳에 잔디·자갈…“유아차·휠체어 통행 어려워”
문 닫을 수도 없는 장애인화장실
올해만 행사 45건 개최…장애인 관련 행사도 열려
市 “불편 이해하지만 흙·잔디길 선호하는 시민도 있어”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8일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광장을 찾은 전경민 대리. 청사로 방면 입구에서 쉽게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사진=조수진 기자)

“도저히 엄두가 안 나네요.”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광장 청사로쪽 입구. 휠체어를 이용하는 전경민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리는 수차례 광장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입구가 가파른 내리막 경사로 돼 있고 큰 자갈들이 깔려 있어 휠체어가 넘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을 이용해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광장에는 다가오는 주말에 열릴 행사 천막 부스 10여개가 설치돼 있었다. 광장 안에서도 교통약자가 다니기엔 장애물이 많았다. 입구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자갈들이 깔려있거나 곳곳에 잔디가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를 끌기 어렵다. 

전경민 대리는 “이런 땅에선 돌부리나 잔디에 걸려 넘어지기 쉽고 휠체어 바퀴에 작은 돌멩이가 잘 껴 바퀴를 굴리기가 더 어렵고 종종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비가 와서 흙이 진흙처럼 질어지면 바퀴가 빠져 아예 굴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광장 내 화장실 장애인 전용 칸.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광장 내 화장실 장애인 전용 칸. (사진=조수진 기자)

광장 중앙에 있는 화장실 역시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시설이었다. 장애인 전용 칸을 둘러본 전경민 대리는 “제가 이용하는 휠체어가 다른 휠체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인데도 공간이 협소해 문을 닫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43만여㎡(약 13만여평)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접근성이 높고 주차가 비교적 쉬운 장소라는 장점이 있어 연중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제주시에 따르면 25일 현재 올해 예정된 행사는 45건이다. 궂은 날씨를 제외하면 매 주말 행사가 열리는 셈이다. 

문제는 전경민 대리와 같은 휠체어 이용자나 유아차 이용자, 고령자 등에겐 광장 ‘문턱’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복지타운의 ‘시민’에 교통약자는 배제된 것이다. 심지어 장애인 관련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7일엔 시민복지타운광장에서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과 ‘제주나눔대축제’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풍 ‘링링’ 영향으로 기념식은 개최 장소가 변경됐고 나눔대축제는 취소됐다. 전경민 대리는 “우리 기관에서 매년 참여하는 주요 행사인데 시민복지타운으로 개최 장소가 정해지면서 정작 장애인들에겐 오라고 권유를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씁쓸해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사진=조수진 기자)

또 오는 28일엔 장애인식개선 한마당 ‘I-탐나 페스티벌’이 열린다. 행사 취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장애인식개선의 장 마련 및 장애에 대한 바른 이해와 긍정적 인식으로 사회통합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해당 행사에 정작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함께하기’ 힘든 환경이다. 

행사 주최측 관계자는 “작년 행사는 이용자(장애인) 중심으로 복지관 일대에서 열었으나 참여율이 저조해 지역사회와 함께하자는 취지에 맞지 않아 ‘복지관만의 축제’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올해는 행사 취지에 맞게 장애인보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고려하다 보니 시민이 많이 찾는 복지타운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분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면 (다른 장소를)고려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없었다”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에겐 불편한 측면이 있겠지만 제주시 내에서 장애인도 만족하고 비장애인도 만족하는 행사 장소로 마땅한 공간 자체가 없다”고 난감해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사진=조수진 기자)

이곳을 관리하는 제주시 관계자는 광장 내 포장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가보시면 알겠지만 산책로 절반은 포장이 돼 있고 비가 와서 흙길이 파이고 하면 복구작업도 하고 있다”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일부 시민에겐 포장 안 된 길이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시민은 흙길과 잔디를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시 내에선 수목원 말고는 흙길을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다”며 “추가로 포장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희순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휠체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유아차 이용 시민들은 시민복지타운 공간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특히 제주도나 제주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경우 보편적으로 누구나 참여가능한 공간에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