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회째를 맞는 제주신화페스티벌은 제주신화의 ‘거죽’만 핥는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제주신화'를 주제로한 페스티벌이지만 제주의 심방들과 연구자들이 참여할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고 공연과 행사들이 마련했지만 정작 제주신화를 전승하는 당사자인 심방과 관련 연구자들은 완전히 배제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제2회 JDC 제주신화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행사다. JDC에 따르면 이 행사는 ‘제주의 신화를 주제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해 제주의 신화를 직접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JDC는 ‘나는 어떤 신이랑 닮았을까?’란 슬로건으로 제주의 신들을 직접 만나보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명가수 에밀리와 비보이그룹 등의 공연을 볼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또 ‘창작동요제’와 ‘뮤지컬’, ‘인형극’과 ‘제주 신 퍼포먼스’, ‘신화토크쇼’, ‘신화 책방’ 등 제주의 신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신화를 다양하게 배우는 기회라고 홍보하고 있다.

JDC는 ‘신화 런앤런(Run & Learn)’, 제주의 신화를 주제로 한 ‘신화 사생대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풍성함을 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란하기 그지없다. 벼룩장터인 플리마켓도 열리는데 장터 명칭에도 ‘신’을 넣었다. ‘신(神)나장 만나장’. 마치 신화 관련 물품을 파는 장터처럼 보이지만 다른 플리마켓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명칭만 '신'을 갖다 붙이면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된다고 여기는 모습이다.

축제에 ‘신’이 넘쳐나는데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제주신화를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제주신화를 ‘박제’로 만들어버렸다. 제주신화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 ‘제주굿’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유명 연예인을 모시지만 제주신화의 전승자인 심방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물론 신화연구자들을 위한 자리도 없다. 제주신화가 살아 숨 쉬는 제주굿을 만날 수 있는 자리도 없고, 제주신화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자리도 없는 것이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이번 페스티벌을 안내하는 보도자료에서 “제주신화페스티벌을 통해 제주의 신화가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로 발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신화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대림 이사장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 싶다. 제주신화가 살아 숨쉬는 현장인 ‘제주굿’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심방, 연구자 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페스티벌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한다면 어떨까. 그들이 제주신화 관련 축제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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