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이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축산농가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발병으로 파주와 연천에서는 15,000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될 전망이다. 최근 살처분은 이산화탄소로 안락사한 뒤 매몰하는 방식이 이뤄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의식이 돌아온 상태에서 살처분되는 돼지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살처분 논란. 지난 구제역 때도 생매장 처분에 대해 동물단체들과 일부 언론에서 비판했지만 해가 갈수록 이런 뉴스가 주는 충격이 약해진다. 돼기고기 가격폭등 우려와 주식시장의 테마주에 대한 뉴스에 관심이 모인다.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 아래 돼지들의 비명과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방역노동자들은 잊히고 있는 것이다.

윤리적 도살법에 대한 논란은 동물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살아있는 돼지를 묻는다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남기기 마련이다. 실제로 2017년, 인권위가 서울대 사회발전소에 의뢰해 가축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공중방역수의사 268명의 심리,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판정 기준을 넘었고, 중증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2010~2011년 발생한 최악의 구제역 사태 때는 1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그중 10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대부분 과로에 의한 안전사고 및 과로사가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그다지 상황이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는 공무원이 아닌 작업자는 PTSD 심리치료지원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작년 가축위생방역본부 정원 1,000명 중 정규직은 단 5%인 50명, 사실상 이번 ASF 살처분에도 대부분의 작업을 심리치료지원에서 제외된 민간과 비정규직이 도맡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살처분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가스 속에서 다시 깨어나 울부짖을 돼지들을 떠올리면 전쟁터가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번 살처분에 있어서 적어도 '윤리적 도살'이라는 아이러니하지만 최소한의 배려가 돼지들에게 베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살처분 노동자들의 PTSD 심리치료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가 노력했으면 한다.

강전국 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강전국

동물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인권지수도 높다고 한다. 그리고 그건 동물들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환경도 포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대로 동물을 음식 재료로만 바라본다면 생명 경시의 대상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천천히 번져 갈 것이다. 우리 사회 맨 밑바닥 노동자들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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