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진아영 할머니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진아영 할머니 삶터에 앉아 할머니가 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는 자원봉사 청소년들(사진=제주투데이DB)

총상을 입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평생 천으로 턱을 감싼 채 살아온 진아영 할머니. 할머니는 1049년 1월 경찰이 쏜 총탄에 턱에 총상을 입었다. 말도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없었다. 평생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왔다. 그래서 ‘무명천 할머니’라고도 불린다.

한 맺힌 세월. 진아영 할머니는 2004년 9월 삶을 마쳤다. 향년 91세. 후손은 없다.

한립읍 월령리에 위치한 진아영 할머니 삶터는 매년 4월 3일이 돌아올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상징적인 공간 중 한 곳이다. 4․3의 현장을 방문하는 다크투어리즘 탐방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봉사자들과 함께 매년 한립읍 월령리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를 찾아 청소를 하는 봉사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가 유지, 보존되고 있는 까닭은 진아영할머니 삶터보존회, 주민자치연대 등의 단체와 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삶터 관리뿐 아니라 할머니를 기리는 제사와 문화제도 열면서 할머니의 한 맺힌 삶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져주는 의미를 되새긴다.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전 운동은 2008년부터 본격화됐다. 자원봉사라는 방식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 보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실 전달이라는 무거움에 눌리지 않고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할머니가 쓰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놓여있다. 할머니는 마치 근처 어딘가로 잠시 마실을 나가신 듯하다. 손주들이 집을 깔끔하게 단장하리라는 믿음으로.

후손이 없는 진아영 할머니. 할머니의 삶터를 찾아 팔을 걷어 붙이고 청소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멀리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진아영 할머니의 '손지', '증손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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