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의 미래는 일기예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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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주의 미래는 일기예보가 아니다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10.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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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교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장훈교 교수.
장훈교 교수.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제주 항공수요는 용역 수행 시기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2015년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은 2045년 제주의 항공수요를 총 4천557만 명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발표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은 2045년의 항공수요를 총 3천890만 명으로 봤다. 4년 만에 약 667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미래 항공수요 예측은 현 제주공항이 포화상태라는 주장과 함께 제2공항을 추진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였기에 이 문제는 논쟁의 중심이 됐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항공수요 예측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동시에, 그 예측에 근거해도 별도의 공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 제주국제공항의 관제능력을 포함한 공항관리능력 향상을 통해 미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용역 연구진들은 “각 용역 시기에 따라 적용되는 지수들이 바뀌면서 예측 결과에 변동이 생긴 것뿐”이라고 대응했다. 그래도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책임은 미래 그 자체의 불확실성으로 넘겨졌다. 하지만 600만 이상이나 편차가 있는 현재와 같은 항공수요예측에 따라 국가의 자원이 집중투자 되는 제2공항과 같은 거대 기반시설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 결정인가에 관해선 답하지 않았다. 

25일 정부세종청사 7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최종보고회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지난 6월25일 정부세종청사 7동 대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용역 시기에 따라 입력되는 지수의 차이가 예측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논쟁이 되고 편차가 이렇게 큰 이유는 용역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론 자체 때문이다. 용역 연구진은 ‘포캐스팅’(forecasting)이라는 방법론을 이용했다. 포캐스팅은 과거의 항공수요에서 통계적 경향을 읽어내고, 여기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과 통찰을 종합해 미래를 예측한다. 

포캐스팅 방법론의 장점은 예측조사를 실시하는 지점까지의 과거 경향 속에서 향후 계획 수립에 필요한 수치 정보를 생산해낸다는 데 있다. 이 방법론은 기업의 경영판단을 돕기 위한 시장예측의 방법론으로 주로 쓰이다, 공공부문의 수요 예측 방법론으로 도입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과거에 수요를 생산했던 단위들을 파악하고 미래에 그 수요단위들에서 발생할 변화들을 예측한 후, 변동되고 조정된 단위들의 수요를 재 종합하는 방식으로 포캐스팅은 미래를 예측한다. 따라서 포캐스팅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경향을 예측된 미래의 조건을 통해 수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축적된 과거의 양에 따라 예측이 달라진다. 2015년 사전타당성, 2017년 예비타당성, 2019년 기본계획 연구용역이 예측한 항공수요가 모두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예측 시점 다음에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그 영향이 크면 클수록 그 예측이 빗나가는 정도는 커진다.  

포캐스팅의 이런 방법론 구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한계를 비판해왔다. 가장 큰 한계는 포캐스팅이 단기예측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예측 범위가 장기화될수록 정보로서의 가치는 점점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예측하는 시점과 예측하고자 하는 시점 사이가 멀수록 미래의 실질적인 변화를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바꾸어서 말하면 포캐스팅이 미래를 예측하지만, 그 미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는 방법론이라는 점이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는 한 가지 방법은 포캐스팅을 단기간에 초점을 맞추고, 반복해서 수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단기예측의 반복수행을 통해 현실과 미래 사이를 끊임없이 조정해나가는 경영 관리법을 펼친다. 

제2공항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사진=제주투데이DB)
제2공항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 (사진=제주투데이DB)

문제는 공항과 같은 거대 기반시설에서는 이런 반복적 포캐스팅 방법론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단기예측은 쓸모없고, 한 번 만들어지면 바꾸기 어려운 경직성 때문에 단기간 조정도 어렵기 때문이다. 출발 계획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와 같은 방법론의 한계 때문에,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다른 유형의 미래 전망법이 발전해왔다. 장기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일시점의 방법론이 없고, 거대기반시설이 동료시민들에게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미래예측의 비중을 낮추고, 대신 다른 방법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다. 

백캐스팅(Backcasting)과 포사이트(foresight)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표적인 대안이다. 이 방법론들은 포캐스팅과는 다른 종류의 미래를 전제한다. 미래를 연구하는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미래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통계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미래’는 그 일부일 뿐이다. 

이들에 의하면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경로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있음직한 미래’도 있고, 과거에 대한 성찰에 기초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미래’도 있다. 백캐스팅은 이중 ‘바람직한 미래’를 자신의 미래로 채택한다. 

이 방법론은 통계가 예측하는 미래가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를 목표로 설정하고 그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역진적으로 시기별로 단계를 나누어 과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현재에 도달한다.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현재로 오는 것이다. 

이 방법론은 현재를 하나의 문제 상황으로 인정하며, 미래를 주어진 기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이용한다. 이 방법론에서 중요한 것은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포사이트는 포캐스팅과 백캐스팅을 종합한다. 포사이트는 포캐스팅의 방법론을 통해 다양한 조건에 따라 우리 앞에 펼쳐질지도 모르는, 그러나 현실성이 높은 있음직한 미래의 목록을 만든다. 그 목록 중 우리가 선택할 만한 미래가 무엇인지 질문하며, 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백캐스팅의 방법을 통해 도출한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이 두 방법엔 포캐스팅에 없는 결정적 두 가지가 있다. 포캐스팅은 과거의 경향을 굴곡 시키는 점들을 판별하기는 하지만, 과거를 미래에 투사하는 구조이다. 그 때문에 과거 자체에 대해 질문하지 않으며, 그 과거가 투영된 미래가 바람직한가에 관해 성찰하지 않는다. 

용역 연구진들은 제주의 관광객 증가가 제주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았다. 이 질문이 필요 없는 방법론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캐스팅과 포사이트는 우리 앞에 다양한 미래가 열려 있다면, 그 미래 중 가장 바람직한 미래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포캐스팅은 미래예측이란 이름으로 과거를 반복하지만, 두 방법론은 미래의 이름으로 미래를 교정하고자 한다. 

13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출범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8월13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출범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다. 포캐스팅의 방법론에 투입되는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특정 전문가들을 전제한다. 미래에 대한 모든 판단은 전문가의 판단뿐이다. 그러나 백캐스팅과 포사이트는 바람직한 미래에 관한 동료시민들의 이해와 해석이 갈등 상황임을 전제한다. 

이는 미래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동등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두 방법론은 다원적 집단들 간의 공동조정 과정을 미래설계 과정의 중요한 절차로 수용한다.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사회적 학습 과정이 실제 그 미래를 현실화하는 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2공항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적 무책임성이나 군사작전처럼 전개된 입지 선정 발표, 동료시민의 비판적 문제 제기를 전문가 영역의 침범으로 이해하는 감정구조 등은 어쩌면 용역 연구진이 선택한 방법론 자체에 이미 잠재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동료시민의 미래에 관해 질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론이 존재했다. 다른 미래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 방법론은 선택되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제주도민들에겐 통계와 전문가의 판단이 종합된 미래가 항공수요예측이란 이름으로 부과되었다. 예측할 수 있는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미래는 일기예보와 같은 종류의 미래뿐이다. 

일기예보는 필요하지만,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자신의 미래가 일기예보 방식으로 결정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용역 연구는 그 예측이 바람직한 미래인가도 묻지 않고 이를 그대로 계획으로 번역해, 제주의 미래를 확정했다. 미래예측이 미래를 박탈했다. 그 방법론은 지금도 왜 제주도민이 도민결정권을 요구하는지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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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2019-10-02 10:34:23
전문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여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2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20년 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과연 우리 제주도가 400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과, 이 많은 관광객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도민들이 더 필요할 것인가를 도민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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