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요즘 검찰 개혁에 관하여 논쟁이 뜨겁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것과 조 장관 가족의 범죄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맞물리면서 연일 신문과 방송에 크게 다뤄지고 있다. 조국 장관 가족이 받고 있는 혐의가 광범위하다 보니 압수수색을 하는 곳도 예상보다 많고 시간도 많이 걸려 검찰이 먼지털이 식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가 또는 별건수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에서 수사하는 상황에 대해서 대통령이나 장관이 간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장관은 개별적인 수사에 대하여는 간섭할 수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장관이 압수수색 중인 검사와 통화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조 장관은 장관으로서 통화한 것이 아니고 피의자의 남편으로서 인간적인 도리로 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것 자체도 일반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통화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정작 검찰 개혁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문제는 그 동안 검찰에 대한 불만들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하였으면 한다.

이에 필자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이것은 꼭 정치적인 권력만이 아니고 경제와 언론이라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검찰권이 훼손된 경우 정치권력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긴 하나 재벌이나 거대 언론과 관계된 경우 일반인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버닝썬 사건, 정문희, 김학의, 장자연씨 사건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는 검찰 내부의 문제일 경우 그대로 덮고 지나기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건을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으면 국민들로서는 사건의 진실을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제거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또 재벌이나 대 언론사와 관계된 수사에서도 사건에 따라 수사가 미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검찰의 입장에서는 국가 경제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거나 언론탄압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많은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질 때도 있으나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그런 그룹만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둘째는 인권의 확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고 알고 있으나 실제에서는 그렇지 못 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더구나 우리들은 군사독재시대를 겪어오면서 무수한 조작 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일부분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었고, 포토라인에 섰으나 나중에 무죄로 판결된 사건들도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경찰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요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과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오해 받아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도 여럿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심지어는 본인은 자살하고 가족들은 죄인 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30년 가까이 지낸 분들도 있다고 하니, 이런 분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을 하여야 할까?

그런데 요즘 이 두 문제에 대해 사물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소위 조국 사태다.

한 쪽에서는 아무 증거도 안 나오는데 먼지털이 식으로 과잉 수사를 하는 것이 검찰의 적폐라 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정당한 검찰의 수사를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부당하게 간섭하고 월권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적폐라고 하고 있다. 그러니 한 편에서 빨리 검찰개혁을 하자고 하면 다른 한 면에서는 바로 그것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검찰에서 뒷말이 없게 철저히 수사하는 것을 검찰개혁을 방해하기 위해서 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니 아는 바가 없다. 다만 광범위하다는 느낌은 든다. 그런데 이것은 조국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문회 석상에서 그렇게 많은 질문에 ‘모른다.’로 일관하니 수사 권한이 없는 야당에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밖에 없고, 검찰에서는 조사해야 할 것이 방대하니 광범위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다.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검찰에 불러 조사를 하지도 않은 정 교수를 기소한 것에 대해 과잉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그 날이 기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고 하니, 만일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검찰개혁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인 봐주기 수사였다는 평가를 피할 방법이 없다.

검찰 개혁을 제도를 바꿔 이룩하겠다는 생각에는 일단 동감이 간다. 많은 사항에서 제도를 바꿈으로써 좋은 결과를 맺은 사례를 우리들은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든다고 하여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편법으로 운용하면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가 어려운 법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검찰개혁은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께서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말고 수사하도록 강력히 지시하였고, 정 교수의 수사에서 인권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으며, 검찰개혁 방안은 이미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넘어가 있는 상태라면 검찰개혁이 이미 시작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야당에서 수사에 대해 문제를 삼으면 몰라도 여당 쪽에서 문제를 삼는 것은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를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공수처를 새로 만든다고 하여도 그 수장을 여당과 야당이 한 명 씩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법으로 뽑는다고 하는데, 어느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뽑을까? 결국 지금보다 손쉽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부서의 수장을 대통령이 뽑게 되고, 그 사람이 대통령의 의중을 살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즉 공수처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하여도 대통령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것은 별 효과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인사권과 돈줄을 확보하면 그 조직을 장악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인사권을 이미 법무부장관이 쥐고 있고, 검찰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검찰총장이 추천한 사람을 배제하고 법무부장관이 행사한다고 하면, 검찰 조직은 이미 법무부장관이 장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장관이 지금 조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서 제 힘을 다 발휘할 수 없다면 그것은 본인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옛말에 믿지 못 할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쓰면 믿으라는 말이 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을 임명하였으면 일단 믿고 지켜보아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이 직접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도록 엄명한 일이다. 임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사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막강한 권력을 갖는 대통령제 하에서는 민주주의에 투철한 철학을 갖는 대통령만이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필자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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