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사태’로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나라의 민심은 두 동강이가 되었다. 진영 간 세 싸움은 심각하다. 이로 인한 국론분열은 살얼음판위를 걷듯 아슬아슬하다. 언제 깨질지 모를 위기 국면이다.

그런데도 이를 봉합하고 다스려야 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광장의 세 대결은 ‘장군-멍군’식 주고받기로 숫자놀음 세 불리기에 핏발이 섰다.

‘나라가 망조(亡兆)들었다’는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재채기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조국 현상’은 모든 불길한 현상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정말 조짐이 좋지 않다.

지난 8월 9일 문재인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후보로 지명한 후 계속되는 현상이다.

문대통령은 지명 한 달 후인 지난 9월9일, 국회 인사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조 후보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사실상 국회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대통령의 입법부 유린이나 다름없다.

이는 그동안 뜨겁게 달아오른 조 장관 임명반대 여론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어버렸다.

‘조국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용광로처럼 들끓게 만든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는 사태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회 갈등 현상과 국론분열 귀책사유가 대통령에게 있음이다. 이것이 본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말씀’이 없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대통령은 ‘조국수호’를 주장하는 한 쪽의 군중집회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으로 편벽을 들었다.

그렇지만 ‘조국 사퇴’를 외치는 다른 한 쪽의 대규모 군중집회에 대해서는 청맹과니처럼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았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짝 눈의 비목어(比目魚‧넙치)처럼 편향적이고 편협한 대통령의 시각에 대한 성토인 것이다.

‘대통령 리더십의 편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바로 ‘대통령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금 나라사정은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눈만 껌벅거려도 될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절망적 상황으로 추락하고 있어서다.

경제는 말씀이 아니다. ‘눈 가리고 아옹 식’의 ‘소주경제(소득주도 경제)’에 취한 경제정책은 어려운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알바생들은 쫓겨나고 거리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방황하고 있다.

안보는 어떤가. 북의 김정은에게 맡긴 꼴이다. 북의 미사일이 발사돼도 북 눈치 보기에 쩔쩔매고 있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북의 모욕적 조롱이나 힐난에도 꿀 먹은 벙어리다. 안보는 비겁하고 국방은 비루하며 대응은 비열하다.

이 때문에 국가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일본과의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한.미 동맹도 걱정이다. 벽에 금가듯 균열의 조짐이 언뜻언뜻하다.

외교‧안보‧경제‧정치‧사회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자 위기 상황이다. 국격도 나라의 위신도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듯하다.

서울 광화문이나 서울 서초동에서의 ‘조국 사퇴’와 ‘조국 사수’의 대규모 세 대결은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도자의 리더십(능력)을 평가하는 첫 번째 방법은 주변의 참모들을 살펴보는 것’이라 했다. 마키아 벨리의 말이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대통령 역시 그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이다.

겉만 번지르르 하다고 속이 깨끗한 것은 아니다. 겉모습 뒤에 감추어진 이면이 더 더럽고 더 추악한 경우가 많다.

문대통령의 조국 선택도 마찬가지다. “겉만 보다가 본질을 놓쳐 낭패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염려는 그래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걱정이자 비판인 셈이다.

고래(古來)로 내려오는 역사서나 고전속의 간신(奸臣)은 거의 모두가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다.

읊조리는 거룩한 말과 비단결 같은 갸륵한 마음은 그들의 빼어난 화장술이다.

남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을 떨며 교묘하게 말을 농하고 지어내는 화사한 표정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은 간신이 갖추어야 하는 자격증이나 다름없다.

‘간신론(奸臣論‧2002‧김영수 편역)’에서는 간신의 본질적 특성을 다섯으로 분류했다. 5000년 중국 역사에서 추려낸 간신 록에서다.

여기에 따르면 ‘간신은 음흉하고 교활하며 가식과 위장으로 본성을 삼는다’고 했다.

‘오로지 이익을 위해 일을 꾀하며 권력을 목숨처럼 탐낸다’는 내용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이리의 본성에 전갈과 독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간신은 군주를 능멸하여 나라는 망하게 하는 암적 존재’로 ‘간신론’은 정리하고 있다.

2300년 전 진 나라 때 최악의 간신 ‘조고’가 이 범주에 속할 터이다.

‘조고’는 ‘사슴을 가리켜 말(指鹿爲馬)’라고 군주를 농락하며 권력을 농락하다가 나라를 망하게 하고 스스로도 폐망의 길을 걸었던 역사적 인물이다.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나라를 망치는 일에는 간신하나면 족하다“눈 고전의 경구도 있다.

‘널리 인재를 구하고 제대로 골라 쓰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경구다. 지도자의 인재 등용 리더십에 대한 조언인 것이다.

여기서 ‘간신론’을 이용하여 ‘법무장관 조국’과 ‘최악 간신 조고’를 빗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온당한 일도 아니다. 조 장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다만 장관 등용 등 대통령의 공직인사 행태와 인사관리 리더십과의 연관 관계를 헤아려 보기 위함이다. 인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국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고’의 경우를 빌어다 쓴 것일 뿐이다.

인사와 연동되는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나 대통령 리더십 실종은 바로 국가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나라의 흥망성쇠에 심대한 영향을 줄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다스리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다.

그것은 위기의 리더십을 바로세우고 실종된 리더십을 찾는 일이다.

그래서 우선 심각한 국론분열을 부르는 절망적 상태의 ‘조국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시급하다.

‘조국(祖國)을 위해 조국(曺國)을 버리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는 정답이 여기에 있다. 이것은 실종된 대통령의 리더십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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