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한남리 '서중천 내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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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한남리 '서중천 내창길'
  • 고은희 기자
  • 승인 2019.10.07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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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너머 남쪽 건강보따리 마을'

서귀포시에서 동쪽으로 약 15km지점 한라산 남동쪽 자락에 위치한 남원읍 한남리는

전형적인 중산간마을로 감귤농업을 주업으로 하지만

광활한 초원을 기반으로 목축업이 발달하고

삼림이 우거져 원시림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축복받은 땅이다.

생태하천인 서중천(내창)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중심부를 가로질러 남원리와

태흥리 바닷가로 흐르는 하천으로 제주에서 세번째로 긴 하천이다.

 

서중천의 지질 및 식생의 특성은

하폭이 좁고 하천 바닥 투수성이 큰 현무암과

기암절벽으로 형성된 용암층 밑으로 지하수가 흐르는 건천이다.

상록활엽수인 구실잣밤나무와 조록나무, 낙엽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어

각종 동,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천연 자연의 보고로

계곡의 아름다움은 신비스러움으로 한남리의 귀한 보물이다.

 

내창길은 3km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고

머체왓숲길 방문객지원센터 맞은편 서중천 생태·문화 탐방로 입구가 보인다.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과 높은 하늘, 그리고 햇살이 적당한 날~

가을의 왕자 '수크령'은 초원의 모든 바람을 담아낸다.

 

내창길로 들어서자 용암바위로 안내한다.

[천선과나무]

 

내창길에는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비쭈기나무, 사스레피나무,

우묵사스레피나무, 모새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주종을 이루지만

황칠나무, 졸참나무, 정금나무, 참꽃나무와 같은 낙엽수들이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숲 속 그늘을 좋아하는 호자나무, 수정목, 백량금, 자금우 등 다양한 식생을 보여준다.

[구실잣밤나무]

 

터줏대감 구실잣밤나무는

참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으로 높이 15m까지 자란다.

밤꽃향기 나는 작은 도토리모양의 열매

열매가 밤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실잣밤나무'는

남해안에서 제주도에 이르는 난대 상록수림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활동력이 왕성한 나무다.

내음성이 강한 나무이지만 햇빛을 좋아하고 다습한 조건에서도 잘 자라고

특히 공해에 잘 견뎌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잎 뒷면에 갈색의 짧은 털로 덮혀 있어 짙은 금빛이 난다.

암수한그루로 5월 말쯤 풍성하게 피어난 꽃은 짙은 향기로 자극하고

갸름한 열매는 다음해 가을에 익는데 열매 껍질 안에는

도토리처럼 생긴 길쭉한 씨앗이 들어있다.

날로 먹어도 고소한 열매는 식용하고 껍질은 염료용으로 쓰인다.

 

계곡의 아침

하늘이 사뿐히 계곡으로 내려앉았다.

바위에 굴메(그림자의 제주방언) 움직임이 잡히고

맑은 웅덩이에 투영된 환상적인 모습이 눈부시다.

 

어두운 숲길에는

썩은 나무에 다닥다닥 붙은 또 다른 생명 '버섯'

그늘진 땅에도 나뭇잎에도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털낙엽버섯]
[연지버섯]
[붉은싸리버섯]
[싸리버섯]
[절도/절터]

 

한남리 북쪽 공동목장 안에

양쪽으로 하천이 모여드는 삼각지형의 터에 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절로 넘어 다녔던 길로 추정되는 곳이다.

절터로 추정되는 곳에는 기왓장, 깎은 돌 등 흔적이 있다.

[절도된 밭]

 

점성이 강한 용암이 굳어지는 과정에서

길고 커다란 덩어리로 한 쪽 면으로 쏠리면서 틈이 벌어져

제방처럼 형성된 것을 '용암제방'이라 한다.
이곳에는 하천 가운데가 물이 고인 소(沼)를 형성하고 있고

양쪽이 길고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미지의 숲,

원시림과 어우러진 천의의 얼굴을 한 계곡의 신비스러움,

계곡이 깊고 소(沼)가 잘 발달된 내창은

하늘을 가린 숲 터널로 이어지고 계곡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원시림에 서 있는 듯 신비스러움이 더해진다.

돌을 던졌더니 파란 하늘을 보이던 물웅덩이는 거품 하트를 만들어낸다.

 

고인 물은 작은 폭포를 만들고

바위 주변으로 초록 이끼와 어울려 계곡의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새끼줄 용암]

 

흐르던 용암이 식어가면서 위쪽에 있던 용암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먼저 식기 시작한다.

먼저 굳어지기 시작한 용암이 무게에 의해 경사면으로 밀릴 때 밑에 있던 용암들도 식고

밀리는 과정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새끼줄 용암이 형성된다.

이곳에는 밭을 쟁기로 이용하여 밭갈이를 한 형태의 새끼줄 용암이 분포한다.

[용암수로]

 

바위 주변으로 색바랜 이끼와

습기를 좋아하는 애기모람, 고란초, 바위손, 콩짜개덩굴 등이

어우러져 계곡의 아침을 노래하고

붉은빛이 도는 하얀 꽃과 빨간 열매가 앙증맞은 '호자덩굴'

물가에 있어야 할 산에 사는 물머위 '산물머위'

숲속의 요정 부생식물들이 깨어나는 시간인 듯

부엽질이 풍부한 나뭇잎 위로 속살이 보일 듯 투명한 유리인형 '수정난풀'

노란입술로 유혹하는 석장이라 부르는 '버어먼초'

희귀식물 부생식믈인 엽록소가 없어 전체적으로 진한 자주색을 띠는 '영주풀'

심쿵을 넘어 숨이 멎은 듯 시간이 멈춘다.

[바위손]
[호자덩굴]
[산물머위]
[수정난풀]
[버어먼초]
[영주풀]
[제한이곱지궤/제한이곱지]

 

계곡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습

절벽에 바위동굴 모양을 비유한 이름으로 추정되는

'제한이곱지궤'는 용수에서 북쪽 200m 지점인 중잣 밀 한남리

옛마을 공동묘지 남쪽 하천변에 있다.

한남 경내에서 가장 넓고 큰 궤로

내부 진입로는 인위적으로 계단을 설치한 것 처럼 형성되어 있다.

제한이곱지는 하천이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고,

서쪽의 높은 절벽은 나무가 우거져 산이나 목장 일을 하다가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4.3사건 당시 인명피해가 많은 곳으로 지금은 무속인들이 가끔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용수]

 

수량이 풍부하고 용이 살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고나물교' 서북족 300m지점의 하천에 위치한 소(沼)이다.

한남리는 하천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서중천의 크고 작은 소(沼)들이 발달하여

가축 및 야생동물들에게 생명수의 역할을 한다.

 

숲으로 에워싼 내창길

4월 고사리 꺾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고사리밭

생명이 움트는 남원읍, 몽클락헌 고사리는 최고의 웃음치료사이다.

 

내창길을 빠져나오니 자연과 동화된 듯 목장길로 가는 편안한 농로길

어느 틈에 가을꽃들로 들판을 채워간다.

[울산도깨비바늘]
[수까치깨]
[나도공단풀]
[왕고들빼기]
[새콩]
[이질풀]
[야고]
[쑥부쟁이]
[큰도꼬마리]

 

들길을 지나 목장길 따라 가는 길...

장엄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

계곡의 풍경이 금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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