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7월1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8일 제주도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권용복 국토부 신공항기획과 항공정책실장은 10월 내로 예정됐던 기본계획 고시가 미뤄질 것이라 밝혔다. 환경부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문제가 주요인이지만 공론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제주도의회에서 제2공항 공론화 요구 청원을 채택한 점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권 항공정책실장은 도민 의견 수렴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당정협의’ 내용을 설명했다. 2019년 2월 2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부가 결정하고 발표한 합의문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 제2공항 추진에 있어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모아 국토부에 제출하면 국토부는 그 결과를 존중하고 ‘정책 결정’ 즉, 제2공항 건설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의미이다. 공론조사나 주민투표 역시 의견수렴 방식 중 하나인 만큼 제주도가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면 국토부가 반영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합의문에 대한 원 지사의 독해는 가히 천재적이거나 비정상적이다. 원 지사는 그동안 제2공항은 국토부가 추진하는 것이라서 공론화의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공론화 요구 청원의 건을 의결하자 원희룡 도정은 한술 더 떠 ‘공론화’ 과정을 이미 거쳤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8일 국정감사장에서 똑같은 표현을 되풀이했다. 제2공항 필요성을 ‘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확인했다고 말한 것이다. ‘공론화’라는 단어의 정의를 편의적으로 왜곡해서 사용했다. 공론화를 거부하는 데 대한 비판을 타개하기 위해 공론화라는 단어를 오염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기만적인 프레임 정치다.

한편 타들어 가고 있는 도민들의 속을 이날 국감에 나선 안호영, 정동영 등 몇몇 국회의원들이 달래줬다. 안호영 의원은 원 지사가 제주도의회에서 제시한 공론화 과정을 수용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비민주적인 불통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국토부에 제2공항 공론화 추진을 요구하며 공론화를 위해서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정동영 의원은 원 지사에게 “민주주의자라면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도민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결정권이 제주도민에게 있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지역의 국회의원이 볼 때 제2공항에 대한 결정권은 당연히 제주도민이 가져야 하는 권한인 모양이다. 하지만 원 지사는 도민에게 그 권한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더 큰 제주’를 도정 운영 슬로건으로 내건 원 지사. 도민의 권한은 ‘더 작은 제주’를 지향하는 것일까.

원희룡 지사가 민주주의자라면 도민들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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