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칼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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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칼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하여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10.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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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

검찰개혁이 국가적 관심사가 되면서 검찰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을 수사할 수 있는 기구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이를 제어할 마땅한 기구가 없으니 이런 기관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문 대통령께서 확신하는 것 같다. 이에 문 대통령을 따르는 많은 분들이 공수처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검찰이 자업자득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 검찰이 권력에 휘둘리는 것 같고, 힘없는 국민들은 인권이 유린되고, 또 검찰 내부의 잘못에 관해서는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기소해야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불기소처분을 하는 것 같은 감을 받으니 검찰개혁은 여야 할 것 없이 지지를 받는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은 권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데에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 때 권력이라 함은 정치적 권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권력 그리고 언론 권력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검찰 가족에 대해서 관대한 처분이 이뤄지는 것도 경계하여야 한다. 그래서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대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검찰의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국민들의 귀중한 인권이 지켜지며 유죄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물론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하여도 법이 정한 이외의 제약이나 불이익이 가해져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감시하기 위해 공수처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1447년에 세종대왕께서 과거시험에 ‘법이 만들어지면 폐단이 생겨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근심거리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를 문제로 내었을 때에 장원급제한 신숙주의 답이 참고할 만 하다고 여겨진다.

‘법의 폐단을 예방하고 다스리기 위한 근본은 반드시 인재를 얻어서 일을 맡기는 데 달려있다.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그 말을 따르지 않거나, 그 말을 따르더라도 그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법을 하루에 백 번 바꾼들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좋은 법을 만들고 폐단이 생겨나지 않도록 그 법을 올바르게 운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제대로 지켜나갈 사람이다.’

검찰개혁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제아무리 법이 잘 만들어져 있다 하여도, 검찰총장이, 검사들이 권력의 눈치를 본다면 그 법은 허명(虛名)의 문서나 다름없다. 현재도 검찰이 법 규정 상으로 권력이 지배를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장관조차도 검찰총장을 통해서 검찰을 지휘할 뿐 일선 수사검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조직은 인사권과 돈줄을 쥐는 것으로 장악이 되는데, 검찰의 인사권과 돈줄을 법무부장관이 쥐고 있으니 검찰조차 대단한 결심이 없는 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에 휘둘리는 것이다.

그런데 공수처가 생기면 검찰이 공수처의 눈치를 보게 되는데, 이것이 검찰이 지금보다 더 권력의 눈치를 보게 하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이야 일반 검사들인 경우 눈치를 본다면 검찰총장의 눈치만 보면 되지만, 공수처가 되면 언제 공수처의 조사를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공수처 전체의 눈치를 보아야 하게 되는 것이다.

공수처가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 검찰이 공수처의 눈치를 보게 하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공수처가 지금보다 더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인데 그게 가능할 것인가?

지금은 그나마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에 국회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물론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공수처장은 여 야가 한 사람씩 추천하고 그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하니, 대통령이 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할 리는 없고, 결국 여당이 추천한 인사(대부분 대통령이 내정한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수처장이 지금 검찰총장보다 더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러니 공수처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검찰청을 감사할 기구를,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선출하게 하는 등, 권력에서 독립한 기구로 만드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지금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 모두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이 점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본 모양새다. 검찰개혁을 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다만 지금 법무부장관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개혁을 명분으로 본인에게 유리하게 규정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으며, 참외 밭에서 짚신 끈을 동여매지 않는다.’는 속담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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