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저자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강당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2일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저자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강당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습니다. 수출·수입으로 한국경제가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런데 수출·수입품 1위부터 10위까지 대부분이 석유 관련 제품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석유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폭망’하게 됩니다.”

12일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저자이기도 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강당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 강연에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석유산업 위주로 움직이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경고했다. 

이날 김 발행인은 “비자림로 확장 공사와 제2공항 건설 등 제주지역에서 이뤄지는 난개발은 모두 지금 같이 계속해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제주공항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어떡할 건가. 그런 날은 곧 올 수 있다. 석유 문제를 가지고 이 점을 설명해보겠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석유 채굴 생산성 급격히 감소…“피크오일 지났을 수도”

그는 “1909년 간디는 ‘인도가 독립한 뒤 근대 산업국가 방식으로 간다면 멸망할 것’이라며 당시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산업구조가 가져올 결과를 계속해서 얘기했다”며 “100년이 지난 지금 그 예언은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 석유공급의 차질에 따라 한국이 맞닥뜨리게 될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석유 생산량이 특정 시점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피크오일(peak oil)’이 생각보다 가까이 왔다는 것이다. 

김 발행인은 “많은 과학자들이 지난 2010년쯤 피크오일에 이를 것이라고 얘기하다가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며 “미국에서 셰일 오일(shale oil)을 채굴하는 공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셰일 오일을 채굴하려면 지하 1500m까지 드릴을 뚫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담수가 쓰이고 진동을 주면서 어마어마한 환경적 부담을 준다”며 “게다가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이미 셰일 오일의 피크오일이 지났다고 분석하는 과학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입 비용 대비 에너지를 얻는 비율인 ‘EROEI(energy returned on energy invested·에너지수지比)’ 개념을 들어 피크오일을 설명했다. 본격적인 석유 시대로 들어선 1945년 당시 ‘1’을 투입하면 ‘100’이 나왔던 것과 비교해 2010년엔 ‘1’을 투입하면 ‘3.5~5’을 얻어 95% 이상 생산성이 악화됐다. 

12일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저자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강당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2일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강당에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저자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저자와의 대화’ 강연 후 방청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석유의존도 높은 한국, 석유 끊기면 한국경제 스톱”

김 발행인은 “세계 석유공급 사정에 차질이 생기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관세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품 1위부터 10위까지가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합성수지 등이며 수입품 1위부터 10위까지 역시 원유, 반도체, 천연가스, 정제된 석유 등 모두 직간접적으로 석유와 관련된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김 발행인은 “앞으로 10년, 15년 이내로 석유공급이 어려워진다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일자리가 없어지고 트랙터와 비닐 멀칭, 화학 비료를 못 쓰니 농사도 못 짓고 교통수단도 모두 스톱”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위 ‘브레인’이라고 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에 전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경제성장률 등 외부 여건이 지금의 경제구조가 가능하도록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모든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석연료 필요 없는 경제구조 전환 시급”

그는 지금 당장 화석연료 없이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그린 뉴딜(친환경 중심 산업 전환 정책)’을 말하기 시작했죠.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빨리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것만 가지고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대규모 발전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 발행인은 “동네마다 소규모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덴마크의 경우 발전소를 표시한 도표를 보면 1980년대 스무 군데 정도 대형 화력발전소가 있던 것이 2010년대엔 수 만개의 소규모 발전소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식량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본조건은 육식을 없애야 하는 것”이라며 “채소의 경우 에너지 ‘1’을 투입하면 ‘1’이 나오는데 육식은 에너지 ‘100’을 투입해야 ‘1’이 나오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은 원래 육식이 주식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보면 석유 문명이 종식되는 앞날에 대비하는 길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길은 똑같다”며 “(에너지 소비 등을)절약하는 생활방식을 가지고 농사 중심으로 식량을 자립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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