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하논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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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하논분화구
  • 고은희 기자
  • 승인 2019.10.20 21: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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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태역사를 품은 하논은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일대에 위치한

 동양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거대한 원형경기장을 연상시킨다.

수만 년 동안의 생물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생태 박물관으로

분화구에서 용천수가 솟아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 농사를 짓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하논은 '논이 하다'는 제주어로

'큰 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한 논'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논분화구]

 

부드러운 모습의 한라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을을 낀

가을이 짙어가는 농로를 들어서자

꽃이 작아 귀여운 한해살이 귀화식물 '애기나팔꽃'

별을 닮고 싶었을까? 깔대기모양의 '별나팔꽃'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오므라드는 '둥근잎미국나팔꽃'

공모양의 열매가 이름처럼 앙증맞은 '여우구슬'

활짝 핀 노란 호박꽃은 활력 넘치는 아침으로 반겨주고

초록의 우거진 나무들과 아직은 설익은 감귤밭이 마중나왔다.

[애기나팔꽃]
[별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자주색달개비]
[주홍서나물]
[여우구슬]
[호박]
[고슴도치풀]
[환삼덩굴 '암꽃']

 

화구 북쪽사면 기슭에서는 샘이 흘러나와 오래 전부터

논으로 이용되고 농사와 축산업을 하던 하논마을은

지금은 제주올레(7-1코스), 천주교 제주교구 순례길, 절로 가는 선정의 길이

하나로 합쳐지고 봉림사와 하논 성당터가 남아 있다.

['금목서' 핀 모습]

 

봉림사 경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꽃이 귀한 가을

아직은 꽃잎을 닫고 있는 황금색의 황홀한 향기로 유혹하는 '금목서'

코 끝을 자극하는 진한 꿀향기에 걸음을 멈췄다.

[봉림사]

 

대웅전에는 주불인 아미타여래불상과

협시보살로 관세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봉림사(鳳林寺)는 창건 년대는 미상이나

지금의 봉림사는 서귀포지역의 포교활동을 위해

1929년 최혜봉 스님에 의해 '용주사'라는 명칭으로 세워졌으나

1948년 4.3사건 때 무장대와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건물 일체가 전소되었고

당시 사찰에서 수행하던 거주자들이 수난을 당하는 법난이 있었다.

그 후 1968년 혜공스님에 의해 개건되면서

'황림사'로 명칭을 바꾸었고

1983년 일경스님에 의해 지금의 '봉림사'로 다시 명칭이 변경되었다.

 

화산섬 제주의 민초들이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 온 문화 상징 제주의 돌담

과수원을 두른 돌담을 보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음미하며 걷는 길

삼촌이 건네는

"귤 파치 하영 가져당 먹읍써~"

인심 좋은 한마디에 넉넉한 농촌 풍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금새 채워진 장바구니가 적게 보였던지 배낭 속 가득 담아주신다.

[하논돌담길]

 

조선 초 논으로 만들어진 이후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고

4.3사건 당시 16가구의 마을이 형성돼 있었으나

소개령으로 마을 주민들이 피신한 후 모두 불타버렸다.

지금은 올레와 돌담길만이 남아 당시의 흔적을 대신한다.

[하논성당 터]

 

하논 분화구 안에 자리잡은

이곳은 1900.6.12. 산남지역 최초의 성당인

한논본당이 설립되었던 천주교회의 유서 깊은 역사문화 사적지이다.

한논본당은 1902.6.17. 서홍동 홍로본당으로 이전하였다가

1937.8.15. 현재 서귀포성당으로 이전 정착하였다.

 

가을 노란단풍과 수형이 아름다운 '은행나무'

오래된 은행나무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황금빛을 만들기 전에 떨군 은행잎

앙상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성당 터를 지킨다.

 

하논수로를 따라 화구원(논)으로 향한다.

하논분화구는 울창한 원시림에 둘러싸인 분화구로 큰 호수였고,

가운데 분석구가 있어서 희귀하고 아름다웠던 화구호는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화구호의 모습은 사라지고 옛 모습은 볼 수 없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황금들판으로 출렁이는 가을을 볼 수 있는 '하논'

가을걷이가 끝난 텅 빈 하논분화구는 쓸쓸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분화구 한 쪽에는 아직 벼 수확 전이다.

가을 태풍으로 무거움을 이기지 못한 쓰러진 벼는 묶여 있고

가지런히 논바닥에 누운 볏짚

수로에는 습지식물들이 퇴색된 모습으로 가을을 노래한다.

 

하논분화구는

용암 분출로 생성된 일반적인 화산 분화구와는 다르게

마르(maar)형 분화구는 화산활동 초기 단시간의 폭발적 분출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작은 언덕이 화구를 둘러싼 화산을 말한다.

지표면보다 낮게 형성된 화산체로 산체의 크기에 비해 큰 화구가 특징이다.

동서 1.8km, 남북 1.3km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로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이다.

하논분화구는 울창한 원시림에 둘러싸인 분화구로 큰 호수였고,

가운데 분석구가 있어서 희귀하고 아름다웠던 화구호는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화구호의 모습은 사라지고 옛 모습은 볼 수 없다.

[몰망수]

 

하논분화구 동쪽 지경 바닥에 위치한 용천수로

샘의 면적은 260㎡ 규모이며, 용출량은 1일 최대 1,000~5,000㎡로서 수량이 풍부한 편이며,

용천수는 화구구에 격자모양으로 난 인공수로를 따라

각 논으로 유입되어 약 26,000평의 경작지에 주요 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논으로 흘러간 물은 하논 분화구에서 가장 낮은 남쪽 화구벽의 수로를 통해

분화구 외부로 나가 천지연폭포로 이어진다.

[가래]
[미국가막사리]
[개여뀌]

 

용천수가 모아진 몰망수에는 가을 하늘이 내려오고

정감가는 논둑 아래 습지식물과 수생식물들은 자리를 깔고 기다린다.

자기 모습도 예쁘게 담아 달라고...

[뚜껑덩굴]
[고마리]
[수염가래꽃]
[한련초]
[여뀌바늘]
[큰물통이]
[염주]
[가막사리]
[쑥부쟁이]

 

척박하지만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가을 들꽃 '쑥부쟁이'는 소박함과 농촌의 정을 느끼게 한다.

작은 천국 하논에도 노란 가을이 성큼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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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2019-11-04 16:44:53
하논분화구가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기자님의 글을 보고 시리즈를 천천히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야생화의 이름을 어찌 그리 다 아시는지 신기할 정도네요. 책으로 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정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글에 온라인으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