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제주도에서 예산 수십억 원을 들여 개최하는 제주포럼이 도민 참여를 확대하는 노력엔 소홀하고 정체성을 상실한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오라동)은 22일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을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성태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전성태 부지사가 제주포럼의 성과로 △국제적 인지도 상승 △도민 참여 기회 확대 △세션의 질 우수 평가 등을 내세우자 이 의원은 이를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국제적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것과 관련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은 포럼인 다보스포럼의 경우 다들 자비를 내고 참여하는 것과 달리 제주포럼엔 주최측이 실비를 주고 초청을 하고 있다”며 “심지어 올해 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등은 참석도 안 했는데 지금도 홈페이지에선 참석한 것처럼 홍보가 되고 있다. 홈페이지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위신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구글에서 ‘제주포럼’을 검색하면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국내 언론사가 쓴 외국 기사 몇 줄만 나오는 게 전부다.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고 있는 것”이라며 “왜 국내 언론사와 행사를 주최하는지 모르겠다. 홍보하려면 전문 홍보업체를 불러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도민 참여 기회 확대와 관련 “유료 등록자 현황을 봤는데 지난 2017년 129명, 2018년엔 37명, 올해엔 121명에 그쳤다”라며 “게다가 2017년엔 5억이 남았고 2018년엔 10억이 남았다. 예산이 부족한 사업이 아닌데 도 예산은 매년 증액되고 있다”고 따졌다.
이어 “이월액이 남겨져 있는데도 도민 혈세를 계속 늘리고 있는 건 문제”라며 “도민이 포럼의 성과에 대해 공감도 못하고 있는데 다른 신규사업 예산은 줄이면서 제주도는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세션의 질이 우수하다는 평가와 관련 “세션이 너무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열리니까 ‘평화와 안보’라는 정체성이 퇴색되고 있다”며 “종합세트식 포럼이 돼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2동갑)은 “제주포럼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첫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면서 만들었다”며 “외교와 안보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하는데 세션을 보면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경용 위원장(무소속·서귀포시 서홍·대륜동)은 “제주포럼과 관련한 문제는 이를 주관하는 제주평화연구원에 있다”며 “연구원은 외교부 출연기관으로 원장 역시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고 남는 예산은 외교부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외교부의 출연금은 줄고 도비 지원 규모는 대폭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포럼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포럼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출발점에 맞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평화포럼으로 시작했으니 행사 내용 자체와 주제도 그렇게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성태 부지사는 “출연금과 관련해선 외교부와 계속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할 여지가 있다”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더욱 분발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