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여러 해 전에 읽은 글에 ‘나이 들어 존경 받는 법’이란 것이 있었다. 당시 동아일보의 편집부국장으로 계시던 오명철 씨가 쓰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7-up이다. 영어에서 up으로 끝나는 7단어를 꼽으셨다.

1. cheer-up; 젊은 사람이나 후배들을 자주 격려하라.

2. clean-up;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하라.

3. dress-up; 옷을 단정히 입어라.

4. give-up; 포기할 것은 일찍 포기하라.

5. pay-up; 지갑을 열라.

6. show-up; 모임에 자주 나가라.

7. shut-up; 입을 다물라.

한 마디로 품위 있게 적극적으로 살되 욕심을 버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무척 동감이 가는 글이다.

희수(喜壽; 77세)가 되고 보니 주위에 노인들이 많다. 나부터 행동이 굼뜨고 판단이 예전 같지 않다. 청력에 문제가 생기니 자연히 말소리가 커지고 근력이 약해지니 거동이 불편하거나 쉽게 넘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품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모임에 나가보면 이제는 필자가 가장 나이 많을 때가 점점 많아진다. 모임에 나올만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젊은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나오기를 꺼리는 분들이 예상 외로 많다. 그런데 모임에 나와서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든가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는 한 젊은이들이 선배가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후배들을 자주 격려하거나 지갑을 잘 여는 선배는 후배들도 당연히 좋아한다.

배우자가 함께 있는 경우는 차림새를 단정하게 하는 것이 쉬우나 홀로된 경우에는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옆에서 살펴보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는 뒷모습이 보이지 않기 마련이고, 얼굴에 있는 얼룩도 놓치기 마련이다. 특히 남성인 경우는 아무래도 여성보다 미적 감각이 떨어지니 더 그렇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포기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겨지니 여러 가지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루고자 했던 꿈들이 남아있고, 자식들도 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고, 노후도 걱정이 되니 마음에 여유가 그만큼 없어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행복해 지려면 무엇보다도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노인이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추한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닌데 무얼 그리 욕심을 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자주 듣던 말 중에 ‘자기 복은 자기가 타고 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자식들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나 기대는 접어도 되지 않을까?

‘100세 인생’이란 노래에 보면 저 세상에서 데리러 오면 60세에는 바빠서, 70세에는 할 일이 있어서, 80세에는 아직 쓸데가 있어서 못 간다고 하란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 70 고래희(人生 七十 古來稀)’라고 얘기하던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이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80세 언저리이니 80이 넘으면 언제라도 오라면 갈 생각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후회한다. 그 내용들을 보면 ‘그 때에 좀 참을 걸, 용서할 걸, 남을 위해 좀 봉사할 걸’ 하는 것들이다. 죽어가면서 ‘돈을 좀 더 벌 걸, 좀 더 출세할 걸’ 같은 것들을 말하는 사람은 좀체 드물다. 아니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미리 안다면 죽을 때 후회하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실행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고 여겨진다. 나이 들어서 이처럼 참고, 용서하고, 봉사하는 생활을 한다면 틀림없이 주위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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