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94년 생, 성산읍 신산리)
김민주(1994년 생, 성산읍 신산리)

원희룡 도지사님, 안녕하신지요.
저는 성산읍 신산리에 사는 제주청년 김민주입니다.

공론화와 관련해 하셨던 말씀 잊지 않으셨겠죠? 제 귀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지사님이 제2공항과 관련해 관련해 ‘이미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모인 도민들은 300일 넘게 ‘도민 공론화’를 애타게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미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뇨?

공론화 즉, 투명한 정보공개 후 그 사실을 바탕으로 도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간절히 호소해온 도민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단 한 번도 초대된 적 없는 충분한 소통이 ‘65차례나 있었으니 충분했다’며 일축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싶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지사님 스스로 제주도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거나 혹은 민주사회에서 ‘공론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왜 필요한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지난 tv토론회에서 도지사께서는 찬성입장을 굳히며 여유로운 표정과 말투로 도민들 앞에 섰습니다. 그러나 제가 더 이상 그 ‘연기’에 속지 않게 된 데에는 지사님의 그간의 행적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거와 논리가 빠진 여유와 회피는 이제 연기이고 거짓이라는 것을 압니다. 불안을 감추기 위한 여유이고 거짓을 감추기 위한 회피인 것이지요. 제2공항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 제기에는 답변은 커녕 ‘의혹에서 다른 의혹으로 옮겨가기를 반복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도망가셨습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제2공항의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검토의견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계시는군요.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중심으로 한 사안에 대해 찬성을 하거나 반대를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도지사는 어느 한 의견만 대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부동산과 개발사업, 관광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의 의견도 물론 중요히 들어야겠지만, 그 때문에 쫓겨나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어도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이 도지사의 책무가 아닐까요.

도무지 지사님이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한 개발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처음에는 공기 맑고 바닷내음이 좋은 우리동네가 파헤쳐지고 도시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2공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막무가내로 추진되는 절차적 문제와 입지선정의 문제를 지켜보는 일이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쉬는 날이면 반대 현수막 만들고 문제점들을 담은 전단을 만들어 돌리고 있습니다.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지사님을 비롯해 제 일상을 싸움터로 만든 정치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저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저도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남들처럼 나 자신만 생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외면에 힘입어 정부와 제주도가 ‘거짓’들을 포장해 강행하려고 하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제주에서 계속 살아갈 ‘제주청년’ 당사자로서 요청합니다.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제2공항의 강행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고 제 일상을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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