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리 제주4.3희생자 위령비(사진=선흘리 제공)
선흘리 제주4.3희생자 위령비(사진=선흘리 제공)

 

70여년 전 제주4.3 당시 희생된 선흘리 주민들의 넋들을 위무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선흘리(이장 오중배)는 이달 15일 조천읍 선흘리 산22번지 반못에서 선흘리 제주4.3위령비 제막식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선흘리는 지난해 3월부터 선흘리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회장 안시택)와 함께 ‘선흘리 제주 4.3 희생자 위령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위령비 건립의 결실을 맺으면서 오랫동안 이루지 못한 마을의 숙원사업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선흘리에 따르면 ‘선흘리 제주 4.3 희생자 위령비 건립 추진위’는 주민참여예산과 자부담 포함 1억 1천만 원을 들여 3개월여의 작업 끝에 지난 8월 16일에 216위의 선흘리 제주 4.3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완료했다.

위령비는 3.3m 높이의 현무암으로 ‘4·3희생자위령비’라는 글자를 한문으로 새겼다. 위령비 왼쪽에는 선흘리 희생자 명단을 적어놓은 비를 세웠고, 오른쪽에는 김관후 시인의 ‘선흘곶에 우는 새’라는 시비를 만들어 4.3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4.3 일어나기 이전 선흘리는 경치가 아름답고 바메기오름과 동백동산이라는 울창한 선흘곶을 의지하여 농업과 목축을 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러나 선흘리도 4.3광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1948년 10월 17일 해안선 5km 밖에는 통행이 금지되고, 11월 21일에 소개령이 떨어지면서 마을은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쉽게 생활터전을 등질 수 없었고, 해안으로 소개됐던 주민들이 총살됐다는 흉흉한 소식이 더해지면서 마을주민들은 선흘곶 동굴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11월 25일 도틀굴, 26일 목시물굴, 27일 밴뱅듸굴이 잇따라 발각이 되면서 이유도 모른 채 2백여명이 훨씬 넘는 주민이 희생당한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제막식은 1부 봉제, 2부 제막식, 3부 해원상생굿 등 모두 3부로 나누어 오전 9시부터 진행된다.

오중배 선흘리 위령비 추진위원장은 위령비 제막식에 앞서 “광기 들린 자들의 추행과 만행으로 선흘리 주민 216명이 영문도 모른채 길거리에서, 굴속에서, 산과 들에서, 운동장에서 총과 칼에 또 화형을 당했고 젖먹이 어린애까지 무참히도 희생당해야만 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위령비 건립을 통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4.3을 오래 기억하게 함으로써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많은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흘리와 선흘리 4.3희생자유족회는 4.3희생자위령비가 건립됨에 따라 매년 11월 15일에 위령제를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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