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bulldozer)는 토목기계다. 흙을 파내 밀어내거나 땅을 고르는 데 주로 쓰인다.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다.

불도저의 어원은 '불(bull)'이라는 단어에서 유례 됐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교도소에서 사용됐던 죄수들 사이의 은어였다.

죄수들을 밀어붙이며 채찍으로 때리고 괴롭히는 교도관을 그렇게 불렀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불도즈(bulldoze)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식 속어로 ‘불(bull)'은 교도관을 말하고 ’불도즈‘는 우격다짐으로 밀어 붙이거나 때리며 괴롭힌다는 뜻이다.

이처럼 힘으로 땅을 파거나 밀어붙이는 기계가 발명되었다. 그 기계 이름이 ‘불도저’다.

불도저는 그래서 ‘거칠 것 없이 밀어붙이는 힘’을 상징한다.

거세되지 않은 황소를 ‘불(bull)'이라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완력이나 다수의 힘으로 밀어 붙이거나 타협하지 않는 외골수 정치행태를 ‘불도저 정치’라 부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오늘날의 한국 정치 상황이나 국정운영 스타일도 이와 같다.

설득과 소통과 화합의 논리보다는 배척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일방적 힘의 논리가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청와대의 불도저 식 국정운영 스타일이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절반의 반환점을 돌았다. 10일부터는 후반 임기 2년 6개월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지나온 전반기를 되돌아보고 남은 임기 절반의 국정수행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문대통령은 2017년 5월 9일 취임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멋진 어록도 이때 나왔다.

그러나 ‘나라다운 나라’는 찾을 길 없다. ‘나라다운 나라’는 간 곳이 없고 “이것이 나라냐”는 국민적 원망만 문정권 전반 2년 6개월을 관통해 왔다.

지금도 “못 살겠다”는 국민적 아우성은 곳곳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는 소위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얼마나 허구에 찼고 위선적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문정권식에 기댄다면 과거정권은 모두가 구제여지가 없는 타도해야 할 ‘적폐 세력’이었다. 그래서 처벌은 가혹했고 비난은 거칠었다.

그러나 자기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했다.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위선적이고 이중적 ‘내로남불’행태에도 ‘합법적인 제도속의 불공정’이라는 궤변으로 옹호했다.

이런 이유들로 하여 문대통령 임기 전반부 2년6개월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인색하다. 평가절하가 대부분이었다.

‘낙제점’이라거나 아예 “채점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는 야박한 소리도 나왔다.

외교 안보 경제 사회통합 교육 환경 에너지 일자리 등등 모두가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기대 이하였다.

그러기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문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6개월이나 남았는가?”라는 한 숨이다. 비관적 시각인 것이다.

더 이상 대통령의 남은 시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시그널이다. “대통령 임기가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물론 책임은 문대통령에게 귀착될 수밖에 없다. 문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변 등 외곽의 이너서클 요인들이 국정곳곳에서 똬리 틀고 대통령의 친위대로서 나름대로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래서 집권여당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슬금슬금 청와대의 눈치나 보며 뒷걸음질 치거나 청와대 쪽 기류에 편승하여 스스로 읽고 스스로 권력 친위 돌격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수처(고위공지자 비리 수사처), 검경수사권, 이름도 희한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괴물 같은 선거법 개정안 상정 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의 행태를 보면 그러하다.

정치 파트너야 할 제1야당은 배제한 체 ‘비례대표 나눠먹기’식 미약(媚藥)으로 군소야당들을 꼬드겨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안건)을 태운 집권여당의 꼼수정치는 바로 대통령 눈치 보기 결정판이다.

국민들의 비판은 이어진다.

그야말로 경제는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민생은 토탄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성장률도 1%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걱정의 소리도 많다.

513조원에 달하는 내년 슈퍼예산을 편성하는 확장 적 재정운영으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잡을 요량이지만 ‘밑돌 빼내 윗돌 괴기’식 재정운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고용상태 역시 악화 일로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세금일자리만 늘리면서 ‘고용 개선’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인상 과속과 무차별적 주 52시간제 등 밀어붙이기식 일자리 정책이 낳은 부작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탈원전 정책은 천문학적 손실이 눈에 선한 데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인구는 감소하는 데 공무원 수는 수만 명 늘리려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은 아랑곳없이 밀어붙이기 일쑤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외면하고 수백억 원짜리 불확실성 프로젝트를 나열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어 돈을 아끼며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흥청망청 쓰고 보자는 식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지적하자면 한 둘이 아니다. 문대통령 임기 전반기의 국정운영은 이처럼 실망을 넘어 절망 적 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자화자찬으로 우쭐하고 있다.

지난 7일 정부가 낸 ‘문재인정부 2년 반, 이렇게 달라졌습니다(부제, ’더 분발 하겠습니다‘)라는 성과집은 문재인 정부의 정신적 혼돈 상태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주요 성과를 담은 64쪽 분량이 성과집이다.

여기서 정부는 “남북관계, 경제, 외교, 교육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했고 고용분야에서도 “고용상황이 크게 개선됐고 일자리의 질도 높아졌다”는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국민의 인식과 체감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어느 나라 어느 정부의 이야기를 하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사실을 모르고 자랑했다면 무능한 정부고 알고도 자랑했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못된 정부일 수밖에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경제의 튼튼한 기초체력은 지난 70여 년 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체력이다.

이를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의 과도한 퍼주기 정책으로 오히려 허약체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2년 반 국정운영의 실정(失政)을 반성은 하지 못 할 지라도 잘했다고 뽐내는 것은 후안무치요 뻔뻔함의 극치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2년 반 문재인정부 ‘중간 성적표’는 ‘실적(實跡)은 없고 실정(失政)만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처절한 심정으로 임기 전반기를 반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남은 임기를 마무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민생경제 살리기, 북한 비핵화 등 남북관계 문제, 한미 한일 외교 관계복원, 대화와 협치의 여야정 관계, 국민통합 의제 등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이중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국민통합은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까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자세와 인식전환이 시급한 때다. 독선적 정권 운영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대화하는 협치의 정치 복원이 첫걸음이다.

그래야 임기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는 날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수고했다”는 국민의 인사를 받을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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