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연 없는 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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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연 없는 개는 없다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11.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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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는 동물등록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개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제주동물친구들’은 시골로 찾아가는 동물보호 교육을 벌이고 있다. 매주 3~4명이 한 조가 돼 한 마을을 찾아가 집집마다 방문하고 있다.

찾아가는 동물보호교육을 통해 개를 묶어놓고 길러야 한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동물등록을 안내하거나 도와드리고, 구충약과 사상충약도 나눠드린다. 필요한 경우 목줄이나 밥그릇 교체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선다. 한달에 같은 곳을 2~4회 재 방문하면서 동물보호법 홍보, 계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빠질 수 없는 것이 동물학대와 관련된 이야기다. 

생각보다 잘 관리되거나 비록 짠밥(음식물찌꺼기)을 먹고 있지만 나름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는 개들이 있는가 하면 갈 때마다 보이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은 집이 도대체 어디인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이런 일이 있었다.
공터에 묶여있는 암컷 포인터 한 마리를 80이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돌보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아들이 꿩사냥 나갈 때  데리고 가는 개란다. 평상시 개를 돌보는 일은 할머니가 울며 겨자먹기로 담당하고 있다.
산책조차 부탁드릴 수 없는 할머니에게 그저 말벗으로라도 잘 지내시라는 말밖에는 별 달리 할 말이 없다. 1년에 한 번 사냥 때 '쓰임'을 위해 1년 내내 묶여있는 개를 생각하니 짠하면서도 저러다가 덜컥 임신이라도 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밀려온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카페 마당에 묶여 있는 장모의 개는 주인이 꽤 신경을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긴 털이 바람과 흙에 엉켜 딱딱해 져가는데 그 사연을 알 길이 없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기로 마음 먹고 돌아서는데 엉킨 털 사이로 불었던 젖이 만져진다. “너, 새끼를 낳았었구나.”

굉장히 시골스럽게(?) 살고있는 봉숙이.
열 살이 넘은 개다. 이 개의 어미는 18년을 살았다 하니 오랜 시간을 같이 하는 주인이 고마웠다. 얼굴에 상처가 나 있던 걸 보면 분명 줄이 풀려 싸움박질하다 다쳤거니 싶었지만, 누군가 돌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고 한다. 등치 큰 녀석이 담벼락에 발을 올라고 왕왕 짖다가 봉변을 당한 모양이다. 담낮고 돌이 많은 덕에 제주 개들은 이래저래 고달프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관리를 꽤 잘 받은 듯한 리트리버 믹스.
하지만 네모난 상자에 갖혀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발정이 왔기 때문이란다. 이미 두 번의 출산을 경험하면서 주인은 이번만큼은 피임에 성공해 보자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수술은 너무 비싸 상담만 받고 이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고통은 개와 견주 모두의 몫이었다.

견주들은 누구나 기르는 개들의 '임신'을 고민했다.  발정이 오자 사람 피임약을 먹였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대부분 나름의 방식으로 개들 잘 기르고 있었지만 최악의 경우도 있다. 마실 물이라고는 고여있는 빗물, 그나마 떨어지지도 않는 이끼덩어리로 가득 차 있고 썩은 음식쓰레기는 똥파리들의 차지다.

“삼춘, 이 개 등록해수광?”
“그게 뭔디?”
“요즘은 개도 사람 주민등록 허는 것추룩 등록해사 되어 마씸.”
“메께라. 개만씩헌거. 확 잡아먹으면 그만인걸.”

이미 낮술에 거나하게 취한 어르신의 동의를 얻어 물그릇 씻어 갈아주고 구충제를 먹여주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편치 않다. 간식도 마다할 정도로 사람의 손길을 더 좋아했던 그 아이는 어쩌면 주인에게 먹히기 위해 길러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동물등록제를 알고 있지만 과태료니 그딴 거 절대 부과하지 않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분도 만났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지난 주 우리에게 안내받은 대로 동사무소에 등록하러 갔더니 “그런 거 해주지 않더라”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힘이 빠진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다니는데 정작 관에서는 막히는 경우는 답답하기만 하다.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홍보를 넘어 적극적 단속을 하겠다고 제주 농림축산식품국에서 밝힌 바 있지만 실제 부과된 과태료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저잣거리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는 동물등록제, 임신에 대한 공포, 여전히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의 견주에 대한 교육 등 갈 때마다 과제도 계속 쌓여간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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