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도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장
박건도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장

 

‘제주 제2공항 도민공론화’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제주의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를 구성하고 제2공항 도민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민의 대다수가 제2공항 건설 여부는 도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0월 제주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제2공항 건설을 도민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갈등이 첨예한데, 제2공항 문제를 제주도민들이 결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정동영 국회의원의 질문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진행했고, 별도의 의견수렴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할 경우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 이제 다시 원희룡 도지사가 답을 할 차례이다.

원희룡 도지사가 가장 관심을 갖고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청년정책’일 것이다. 2019년 제주도 청년정책 예산은 시행계획 기준 600억 원에 달하고 있고, 청년들에게 2년 동안 월 150만 원의 생활지원을 하며 취, 창업을 위한 혁신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원희룡 도지사의 2호 공약이기도 하다. 정책 추진 단위도 2017년 평생교육과 소속 청년정책팀에서 2018년 기획조정실 소속 청년정책담당관(과 단위) 으로 확대되었고, 청년 관련 예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보다 인구가 많은 광주광역시나 대전광역시에서도 청년 예산으로 300억 정도를 투입하는 것을 보면 제주도가 청년정책에 많은 의지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희룡 도지사가 애쓰고 있는 청년정책의 핵심은 청년들의 자기결정권 확대에 있다. 청년정책의 시작은 전국 각 지역에서 조직된 청년들의 요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모든 광역 지방정부에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기본조례에는 청년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청년정책심의위원회’의 설치와 청년당사자들이 직접 청년정책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기구’의 설치가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조항들에 따라 청년들은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정책 입안과 실행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제주도에서도 2016년 제주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주거, 노동, 교육, 사회참여, 문화생활 등 제주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있고, 제주청년원탁회의라는 참여기구를 설치함으로써 제주 청년들이 정책 입안과 실행에 함께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처럼 제주도의 청년정책도 청년이 정책에 직접 참여하면서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함을 포함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도 지난 10월 제주특별자치도 주최로 진행된 ‘2019 제주청년의 날’ 행사에서 “청년정책은 청년이 직접 주도해야 한다”고 발언한 걸 보면 청년정책의 핵심을 아주 모르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정책의 진정성은 정책의 일관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원희룡 도지사의 청년정책에 대한 진정성이 인정되려면 제주의 핵심 쟁점 사항인 제2공항 문제도 정치인 등 전문가들뿐만이 아닌 청년들과 이들의 동료 시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제주도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쓰레기와 오수를 처리하고 있지 못하고, 심각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도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높은 주거비와 생활물가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고,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제2공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주 빠르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제주 청년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제2공항을 건설하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의견이라도 개진할 수 있었다는 청년은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했다.  

제주청년정책이 가야 할 방향은 무차별한 관광개발사업으로 청년들에게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그들의 삶과 제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제주도는 도지사의 큰 권한으로 관광개발사업을 잘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아닌, ‘특별하게 주민자치를 잘 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되어야 한다. 

청년들은 제2공항 도민 공론화를 원한다. 

자, 이제 원희룡 도지사가 청년들에게 답을 할 차례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