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4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0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4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발언한 내용을 억지로 끼워 맞추다가 자가당착(自家撞着·한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이 됨)에 빠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20일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는 ‘국민과의 대화’ 관련한 질의를 받자 “제2공항과 관련한 내용을 아주 관심있게 봤는데 대통령이 하시는 말씀에 몇 가지 메시지가 분명했다”고 운을 뗐다. 

원 지사는 “첫째가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제주도의 발전과 도민 이동권을 위해서 현 공항 확충 또는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도민이 결정해야 하는데 도민은 일단 제2공항 건설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4년 공항 포화 여부에 대해 용역했고 2015년 여러 방안 중 현 공항 확충이냐 제2공항 건설이냐를 놓고 용역해서 도민 공청회도 했고 이후 제2공항 사업 타당성 용역, 또 반대 의견 있어서 재조사 용역까지 4차례 용역했다”며 “이 용역 과정에서 진행했던 주민 의견을 수렴했고 이 부분을 놓고 문 대통령이 도민이 결정했다고 표현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이 어떤 결정하든 정부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하다가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다고 느꼈는지 급히 말을 돌려 “어제 질문한 분이 공론화를 집어서 얘기했는데 (문 대통령은)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라는 입장으로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원 지사는 공론화 및 공론조사 요구에 대해 거부 입장을 수차례 밝히며 “제2공항 건설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공론조사 대상이 아니며 찬반투표를 포함한 주민 의견을 묻는 절차는 도지사의 권한 밖”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지난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도민 공론화 추진 불가’에 급하게 끼워 맞추다가 자신이 주장해 온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한 셈이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특별기획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특별기획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게다가 문 대통령은 제2공항 도민 공론화 추진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 

문 대통령은 “기존의 공항을 확장할 것이냐, 제2공항을 마련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고 말해 정부가 직접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을 선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었다. 

이에 질문자가 원 지사의 표현대로 ‘공론화를 집어서’ “대통령이 공약한 절차적 정당성 추진과 갈등 최소화를 위해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정부는 제주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거기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는 그런 방침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도정질문이 끝나기에 앞서 김태석 의장은 “팩트를 말하겠다. 어제 대통령이 말한 결론은 제2공항과 관련해 도민의 선택을 지원하겠단 말이었다”며 “원 지사는 이 말을 잘 해석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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